국산 의료기기 업체들 이란시장 잡아라

진입장벽 높아 초기 시장 장악 필수
연 6.4% 성장, 2019년 11.1억달러까지 늘어
  • 등록 2016-03-14 오전 9:54:36

    수정 2016-03-14 오전 9:54:36

[이데일리 유근일 기자]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이란시장을 본격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인 만큼 초기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무역지원 정부기관들 역시 국내 의료기기 업체의 이란 진출 지원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은 올 들어 앞다퉈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으로 향하고 있다. 이 곳은 10여년 만에 경제 및 금융 제재가 풀린 데다 이란 정부주도로 의료 현대화 사업이 한창이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란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약 8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세계 35위 시장규모이며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내에서도 5번째로 큰 의료기기 시장이다. 채희석 보건산업진흥원 의료기기산업지원단 연구원은 “이란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자국 의료기기 시장의 생산 현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2019년까지 연 6.4%로 성장해 11억1000만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의료기기 중에서도 특히 영상진단기기 시장은 주목받는 영역이다. 2014년 이란 의료기기 총 수입 8억500만달러 중 영상진단기기 수입액은 1억7200만달러로 전체의 21.4%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메디슨과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이하 알피니언) 등 국내 초음파 영상진단장치 업체들은 2014년 이란에 773만달러를 수출했다.

황영철 알피니언 상무는 “그간 미국이나 유럽 등 경제 제재에 강하게 나서왔던 업체들도 이란 시장에 적극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면서도 “이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업체들에게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두 회사 모두 이란시장을 주요 공략대상으로 삼고 마케팅을 꾸준히 강화할 계획이다.

자기공명영상진단기 제조사 사이메딕스의 장용주 대표도 이란 바이어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 4일 테헤란으로 출국했다. 장 대표는 “이란 시장을 초기에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시간이 닿는대로 이란 현지를 자주 찾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이란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시장 진입이 어려운 의료기기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신규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초기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인공호흡기를 제조하는 멕아이씨에스(058110)는 이란 초기시장을 두드려 이미 10~15% 가량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김종철 멕아이씨에스 대표는 “사람 생명을 다루는 제품인 만큼 의료기기 시장은 보수적인 경향이 크다”며 “입찰 중심의 시장인 만큼 초기 진입에만 성공하면 공정 거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했다.

지원 기관들도 기업들의 이란진출을 집중 지원하고 나섰다. 이미 지난 1월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의 지원으로 ‘41회 두바이 국제의료기기전시회’에 참여한 10개 의료기기 업체들은 총 423만달러어치 계약을 체결했다.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관계자는 “이란 경제 제재 해제로 이란 바이어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이란 시장에 대한 원주 의료기기 업체들의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무역협회가 지난 1월 진행한 이란 테헤란 의료기기박람회 참가 신청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신청이 마감됐을 정도다. 오는 5월 열리는 이 박람회는 약 25개국의 600개사가 참여한다.

채희석 연구원은 “이란 시장은 경제 제재 여파로 기존 병원 시설이 낙후돼 있어 장비 교체가 필요하고 주변 중동 국가 대비 치안이 안전해 비즈니스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의료기기 시장 진입 및 허가 등록을 위해서는 페르시아어에 능통한 현지 대리인을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자료=보건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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