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향신료업체인 칼섹(Kalsec)은 작년 11월 미 식품의약국(FDA)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육류 패키징업체들이 일산화탄소를 이용해 포장육을 더 신선하게 보이게하는 `사기`를 일삼고 있다며, 이를 금지해 줄 것을 요구했다.
칼섹이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업체들의 일산화탄소 남용이 향신료 업계 매출에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칼섹의 탄원서가 불러온 논란은 업계간의 `밥그릇 싸움`을 넘어서 미국 육류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으로 확대됐다.
◇FDA "안정성 우려는 없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판매되는 포장육 중 일산화탄소가 뿌려진 포장육의 비중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산화탄소는 육류의 마이오글로빈 색소에 흡작돼 심지어 썩은 고기마저 빨갛고 신선하게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칼섹의 탄원에 WP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미국 내에는 포장육에 일산화탄소 사용을 금지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FDA는 WP의 보도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산화탄소는 육류에 어떤 해로운 영향도 미치지 않으며, 육류의 색깔이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타란티노는 "일산화탄소는 결코 육류의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다"며 "관련 연구나 분석에 따르면, 일산화탄소 처리된 포장육들이 일반 포장육보다 해로운 박테리아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만약 일산화탄소 사용이 소비자들의 구매 선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다면 그것은 우려할만 한 상황"이라면서도 "육류의 신선도를 판단하는데 있어 색깔이 중요하다는 정량화된 과학적 연구결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대론자들 `고기 고를 때 색깔이 중요하다`
또한 칼섹이 11월 접수한 청원서에도 이같은 분석결과를 나타내는 연구들이 다수 인용됐다. 콜로라도 주립대의 2001년 연구는 `소비자들이 육류 구매시 신선한 고기를 결정하는데 있어 색깔을 중요한 요소로 간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널 오브 푸드 사이언스는 1972년 `소비자들의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육류의 물질적인 외향(색을 포함)`이라고 분석했으며, 저널 오브 애니멀 사이언스도 1996년 연구에서 `육류의 색은 제품의 신뢰성을 판단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평가했다.
칼섹은 이같은 분석 결과들을 근거로 포장육에 사용되는 일산화탄소는 `색소 첨가물`로 간주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타란티노는 "일산화탄소를 `색소 첨가물`로 등급화하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안정성 데이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언급을 피했다.
이에 일부 정치인들은 FDA가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경우 관련 법안을 상정하겠다며 강공하고 나섰다.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의 에드워드 말키 민주당 의원은 FDA가 즉각적으로 뜻을 바꾸지 않을 경우 일산화탄소 사용을 금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