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창의 "카산드라 예언"

  • 등록 2003-09-17 오전 11:27:55

    수정 2003-09-17 오전 11:27:55

[edaily 전미영기자] "중국 업체들의 급성장으로 2005년부터 공급과잉으로 인한 반도체 불황이 시작된다" 모리스 창 대만반도체(TSMC) 최고경영자(CEO)의 불길한 예언이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 최대 주문형반도체 업체인 TSMC를 이끌고 있는 경영자인 만큼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데다 반도체 회복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다음 번 불황에 관한 독특한 견해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2005년 반도체 불황의 근거 창 CEO는 15일(현지시간) 열린 "2003 반도체 산업 전망"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을 통해 최근 3년간 지속된 반도체 침체가 막을 내리고 있지만 곧이어 2005년에 다시 불황의 파도가 덮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차적인 근거는 지난 40년간 지속된 반도체 업계의 "5년 주기"가 유지될 것이란 것. 2000년부터 시작된 침체기가 2002~2003년에 바닥을 찍고 2005년 고점에 달한 뒤 다시 꺽일 것이란 예상이다. 5년 주기설로 2005년을 불황 재진입 기점으로 잡은 그는 다가올 불황의 출처로 중국을 지목했다. 1980년대 일본 업체들과 1990년대 대만과 한국 업체들이 과잉생산으로 불황을 초래한 것처럼 급성장 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다음 번 공급과잉의 주범이 되리란 것. 창은 "중국은 대만이 30년 전에 출발했던 지점에 지금 서 있다"고 평가했다. 대만은 미국 업체들이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조립라인을 개설한 것을 계기로 현재 파운드리 업계를 지배하는 한편 반도체 설계에서도 상위권으로 도약하게 됐으며 중국에서도 정확히 같은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그는 중국이 시장과 공장 양면에서 세계 반도체 업계의 주요 세력으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 세계 반도체의 12%를 소비하고 있는 중국 시장의 성장 속도가 공장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란 게 창의 논리다. ◇중국 반도체 업계의 현황 현재 중국 기업 가운데서는 매출액 기준 지난 해 세계 30위권에 든 업체는 한 곳도 없는 형편이지만 주문형반도체 생산 위주의 중국 기업들은 2000년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처음 반도체 생산이 시작된 것은 지난 1984년. 국영 차이나후아징일렉트로닉스가 4인치 팹에서 처음으로 웨이퍼를 생산한 시점은 대만 TSMC의 창립 시기를 앞섰지만 경제정책의 혼선과 사회적 여건으로 별다른 발전을 보지 못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그러나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침체기에 조류를 거스르며 투자를 확대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중국 정보산업발전국(CCID)의 집계에 따르면 2001~2002년 중국에서는 8인치팹 5곳, 6인치팹 4곳이 신규 가동됐다. 중국 최대 업체인 세미컨덕터매뉴팩처링인터내셔널(SMIC) 1개 업체가 이 기간 세운 공장이 4개에 달한다. 이 같은 중국의 반도체 투자 확대 조류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8인치팹 6곳, 6인치팹 2곳 그리고 4인치팹 1곳이 올해 중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년엔 8인치팹 4곳, 6인치팹 1곳, 12인치팹 1곳이 생산에 돌입하게 된다. 상하이에 집중돼 있던 반도체 생산시설도 점차 확산되기 시작해 SMIC의 12인치팹을 비롯한 3곳이 베이징에 자리잡고 있다. 외국 업체들의 중국 진출도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최근 유럽 최대 반도체 업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중국에 공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고 말레이시아 얼터메이트세미컨덕터는 월 5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6인치팹을 상하이 근교에 세울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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