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츄 복붙한 듯…생성형 AI 시대, 日 애니 왕국 위협

닛케이 AI 이미지 공유 사이트 조사 결과
저작권 침해 의심 이미지 다량 발견
'26조원' 日 애니 시장 저작권 보호 위기
"저작권 침해 이미지 감지 기술 개발해야"
  • 등록 2024-06-06 오후 6:01:03

    수정 2024-06-06 오후 6:01:03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일본의 ‘소프트파워’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서 저작권 위협으로 설 자리를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피카츄(왼쪽)과 생성형 AI 이미지로 만들어진 피카츄(사진=닛케이 갈무리)


6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여러 생성형 AI 이미지 공유 사이트에서 9만장 규모의 이미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일본 원작 애니메이션과 유사한 이미지를 2500장 추출했다고 전했다. 해당 이미지들을 상세하게 분석한 결과 저작권 침해가 의심되는 이미지는 고전부터 최근 작품까지 다양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쿄의 한 제작사에서 근무하는 애니메이션 작가는 닛케이에 “인간과 AI 중 어느 쪽이 그린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해당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까지 지적재산(IP) 누적 수입이 921억달러(약 126조원)로 세계 최고인 ‘포켓몬’ 중 인기 캐릭터인 피카츄와 유사한 이미지는 1200개가 발견됐다. AI가 만든 이미지에선 피카츄의 얼굴은 같지만, 몸체가 다른 형태로 표현됐다. 일부 이미지에선 흉기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도 담겼다.

또 닌텐도의 인기 게임 ‘슈퍼 마리오’의 주인공 마리오와 유사한 이미지는 470개가 발견됐다. 특유의 점프 포즈를 재현한 이미지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흉내낸 듯한 사람의 이미지도 있었다.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는 미국의 인기 작품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의 캐릭터를 합성한 이미지도 다수 발견됐다. 얼굴만 루피고, 몸과 옷은 다른 캐릭터와 합성된 식이었다.

닛케이는 “디자인은 원본과 유사하며 일부 이미지는 언뜻 보기에 공식과 구별할 수 없었다”며 “여성 캐릭터를 닮은 생성 영상이 많고, 권리 침해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생성형 AI 이미지를 만드는 사이트에 올라온 포켓몬스터 주인공 캐릭터인 피카츄 모습(사진=닛케이 갈무리)


일본 애니메이션협회가 발표한 ‘애니메이션 산업 보고서 2023’에 따르면 전 세계에 유통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시장 규모는 2022년 이후 3조엔(약 2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처럼 빠르게 발전한 생성형 AI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애니메이션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기계 학습을 통해 생성형 AI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의 불법 복제 콘텐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온 와타나베 에리코 전자통신대학 교수는 “해적 사이트에 게시된 콘텐츠가 생성형 AI를 학습하는 데 이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이미지를 생성·공유하는 사이트에서는 학습하는 일러스트의 데이터 세트를 공개하지 않는 사이트가 많고,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이 무단으로 교육에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그야말로 ‘블랙박스’”라고 말했다. 전기통신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모두 일본 이외의 해외 지역에 서버를 두고 있으며, 매달 200개 이상의 이미지가 생성돼 배포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위기는 이미지뿐 아니라 고성능 비디오 생성 AI 프로그램 개발과도 맞물린다. 고품질 비디오는 콘텐츠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혁신이지만 저작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더욱 높일 위험이 크다.

하시모토 다이야 디지털 할리우드대 교수는 “생성형 AI가 대중화되면 누구나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고, 수천만 명의 새로운 유형의 크리에이터가 등장할 것”이라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AI를 사용해 저작권을 침해하는 이미지를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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