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번이 마지막 기회"..곳곳서 속도 내는 도심복합사업

'도심 복합사업 예정지구' 연신내역·증산4 가보니
도시계획에 막혔던 재개발, 도심 복합사업으로 숨통
노형욱 "주민 숙원 푼다는 마음으로 사업 신속 추진"
예상 분양가 낮아 토지주 손해..보상계획도 불투명
  • 등록 2021-10-31 오후 3:54:49

    수정 2021-10-31 오후 9:53:41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차려진 ‘연신내 역세권 구역(연신내역 구역)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 복합사업) 추진위원회’ 사무실. 29일 이곳은 종일 들뜬 분위기였다. 이날 국토부가 연신내역 구역을 도심 복합사업 예정지구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골목 곳곳에도 지구 지정을 축하하는 건설사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29일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역세권 구역’에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예정지구 지구를 축하하는 건설사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박종화 기자)
한달 만에 동의율 78% 채운 연신내역 구역 “우리로선 로또”

도심 복합사업은 공공 주도로 도심 역세권·저밀 주거지·준공업 지역을 고밀 개발해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연신내역 구역은 3월 도심 복합사업 첫 후보지로 선정됐다. 지난달 도심 복합사업이 법제화되자 연신내역 구역 추진위는 한 달여 만에 토지주 78%에게 사업 동의서를 받아냈다. 국토부와 LH에 따르면 현재 167가구가 사는 연신내역 구역은 도심 복합사업을 통해 427가구 규모 새 아파트로 거듭난다.

현재 연신내역 구역에 있는 건축물 중 준공 후 20년이 넘은 노후 건축물 비중은 78%에 이른다. 과거 민간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부지가 좁고 허용 용적률이 낮아 번번이 무산됐다. 도심 복합사업에선 공공이 참여하는 대가로 허용 용적률을 높여줘 사업성을 개선해준다. 도심 복합사업에 지역 주민 다수가 호응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백남표 추진위원장은 “도심 복합사업이 아니면 재개발을 엄두도 못 냈다”고 말했다. 다른 추진위 관계자는 “도심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것 자체가 우리로선 로또”라고 했다.

이날 연신내역 구역을 찾은 노형욱 국토부 장관도 “정부에서는 어떤 분들에겐 평생의 숙원일 수도 있는 이 사업을 그분들의 숙원을 풀어 드리겠다는 마음으로 사업을 신속히 추진해 나아가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평구 관계자도 “연신내역 구역을 은평구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연신내역 구역 주민들이 도심 복합사업에 만족만 하는 건 아니다. 한 주민은 “기본적으로 도심 복합사업에 찬성하지만 국토부에서 제시한 토지주 분양가와 일반 분양가 차이가 너무 작다. 이대로면 땅을 내놓고 일반 분양받은 사람만 좋은 일 할 수 있다”며 “토지주 분담금과 분양가는 더 낮추고 일반 분양가는 더 높여 토지주 이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광동 M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서울시에서 민간 재개발을 활성화하기로 한 후로 그쪽으로 여론이 분산되는 분위기”이라고 전했다.

증산4구역 “이번에 안 되면 20년 더 기다려야”

연신내역 구역에 하루 앞서 도심 복합사업 예정지구로 지정된 은평구 증산동 증산4구역에서도 기대와 불만이 엇갈렸다. 증산4구역은 토지주 동의율 75%를 채워 예정지구로 지정됐다. 증산4구역은 2012년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조합 설립 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2019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이후 증산4구역 주민들은 공공재개발 등 대안을 모색하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으로 방향을 틀어 이번에 성과를 거뒀다. 증산4구역에 4139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는다는 게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계획이다.

증산4구역에서 32년 동안 세탁소를 운영했다는 A씨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과거 재개발이 무산됐을 때 너무 절망스러웠다. 이번에도 재개발이 안 되면 20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 부인도 “동네 골목 안에서 불이 났는데 길이 좁아 소방차가 못 들어가고 멀리서 물을 뿌려야 했다. 재개발이 안 되면서 그 길이 그대로”라고 거들었다.
서울 은평구 증산동 증산4구역에 세워진 가건물에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박종화 기자)
반대 목소리도 여전하다. 도심 복합사업을 반대하는 쪽에선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기 위한 가건물까지 세웠다. 반대 서명을 하러 온 B씨는 “이 좋은 땅을 LH가 날로 먹겠다는 것이다. 민간으로 가면 쾌적한 단지를 세울 수 있는데 LH는 닭장 아파트를 지으려 한다”고 반대 이유로 밝혔다. 반대 서명을 주도하는 배용문 씨는 “LH 보상 계획이 너무 불투명하다”며 “지금까지 나온 보상계획으론 단독주택에 사는 원주민들이 손해를 보고 빌라 갭 투자자만 이득을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부는 연신내역 구역과 증산4구역을 포함한 여덟 곳을 도심 복합사업 본(本) 지구로 지정할 계획이다. 착공과 입주는 각각 이르면 2023년, 2026년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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