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 충돌은 이스라엘 경찰이 팔레스타인인을 강경 진압을 하면서 시작됐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슬람 사원에 들어온 이스라엘 경찰에게 철수를 요구한 건 당연했다. 명동성당이나 조계사를 휘젓는 경찰에게 나가라고 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스라엘군은 강경 진압으로 대응했다. 이 땅에 피가 흐르기 시작한 건 1948년부터다. 이스라엘 건국으로 팔레스타인과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그들은 겸손함 대신 폭력을 정당화했다.
사실 이스라엘에게 팔레스타인은 적수가 안 된다. 구약시대 다윗에게는 돌팔매라도 있었지만 현재 팔레스타인 군사력은 조악하다. 기껏해야 돌을 날리거나 원시적인 로켓포탄 정도가 전부다. 오늘 아침 외신에도 돌팔매질하는 사진이 실렸다. 반면 이스라엘은 핵과 아이언 돔, 최신예 전투기로 무장했다. 아이언 돔으로 로켓포탄 90% 이상을 공중에서 요격했다는 것도 이러한 군사력 차이에 기인한다.
팔레스타인 땅은 가자, 요르단 강 서안, 동예루살렘 3곳으로 쪼그라들었다. 면적으로 따지면 10% 이내다. 그나마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은 이스라엘 주민들이 이주(정착촌)하면서 갈기갈기 찢겼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점령촌으로 부른다. 이스라엘 정부는 정착촌과 팔레스타인인 거주지 사이에 콘크리트 장벽을 세웠다. 분쟁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실상은 땅을 빼앗고 팔레스타인인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이스라엘 취재 당시 마주한 8m 높이 분리장벽은 암담했다. 인간이 인간을 상대로 한 가장 잔인한 만행이 아닐까 싶었다. 라말라, 베들레헴, 가자지구를 둘러싼 분리장벽은 무려 800km에 이른다. 가자지구는 아예 길이 41km, 폭 5~8km로 둘러쌌다. 이것도 부족해 2019년에는 바다장벽까지 쌓았다. 가자지구는 하늘만 뚫린 지상 최대 규모 교도소다. 식수와 의료품, 식량, 전력난이 심각하다.
이스라엘은 2006년 집권한 ‘하마스(용기를 뜻함)’를 무장 테러조직으로 간주한다. 하마스가 무장하고 대응하는 건 자위권 차원이다. 이스라엘군과 다르지 않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니 분노와 증오만 쌓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휴전을 지지한다”고 했다. 한데 이스라엘에 8,000억 원어치 무기를 판매하기로 한 이중적 행태가 드러났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국이 피 묻은 손으로 역사를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더는 애꿎은 아이들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이스라엘인들은 조상이 겪었던 피와 눈물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 또한 중국에게 들이대는 인권이란 잣대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이스라엘에도 단호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도덕적 권위는 설 자리가 없다.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