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지난 2017년 8월 23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육군 헬기사격과 공군 전투기 출격대기에 관한 진실을 규명하라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난 해 9월 11일 특조위를 꾸려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특조위는 당초 지난 해 11월 30일까지였던 활동 기한을 3개월 연장하면서 5개월 간의 조사 기간 동안 약 62만 쪽에 이르는 자료를 수집해 분석했습니다. 또 5·18민주화운동 진압을 위해 광주에 출동했던 190개 대대급 이상 군 부대와 관련 기관을 방문 조사했으며, 당시 군 관계자들과 목격자 등 120명을 조사했습니다.
해군309편대 존재 묘연, 3군 합동작전으로 5·18 진압?
특조위는 이번 조사의 성과로 육군·해군(해병대)·공군이 5.18 민주화운동 진압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3군 합동작전을 했다는 점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공중에서 시민을 상대로 헬기 사격을 한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이와 함께 전두환 정권이 정보기관 주도의 ‘80위원회’ 등을 만들어 5·18 관련 자료를 조직적으로 조작했다는 걸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정황상 그랬을 것이라는 판단이 상당수고 일부 내용은 사실과 어긋나는 부분도 있어 이를 진실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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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광주 출동계획 불분명, 전투기 대기 목적도 확인안돼
또 특조위는 해병대 1사단 3연대 33대대 병력이 광주 출동을 위해 마산에 대기했다가, 계엄군의 진압작전 변경으로 출동이 해제된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특조위 주장은 “광주로 가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일부 진술에 따른 것이지, 관련 문서나 증거에 기반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특조위는 해병대 병력이 광주로 갈 계획이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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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의 전투기 출격 대기에 대한 특조위 조사결과 역시 말그대로 의혹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특조위는 “수원 제10전투비행단 F-5 전투기들과 사천 제3훈련비행단 A-37 공격기들에 각각 MK-82 폭탄이 이례적으로 장착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실제 이들이 광주로 향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당시 계엄령이 내려진 상태였기 때문에 공군 전투기의 대기태세가 격상돼 무장을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특조위는 자료 수집과 관련자 진술 확보에 실패했음에도 무장 전투기 출격대기를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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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입니다. 군의 불법적인 정치 개입에 맞서 저항하던 광주 시민들의 수많은 생명과 인권이 안타깝게 희생되고 유린됐습니다. 이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일 국방수장으로서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송 장관은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특조위의 법적 한계로 인해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보다 완전한 진상규명을 위해 5·18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3군의 합동작전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진압했다’는 특조위의 결론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법적·제도적 한계로 조사가 부족했다면 역사적 사실만을 발표하고, 그에 대한 결론은 유보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국방부 조차도 “특조위가 독립적으로 조사한 것”이라면서 “추가 사실 확인이 필요하고, 미진한 부분은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진행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5·18 특별법 통과 이후 면밀한 조사를 통해 밝혔어야 할 결론을 너무 섣부르게 발표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특정 정권의 입맛대로 끼워 맞춰진 조사결과라면 또 다른 논란의 시발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5·18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 요구는 특정세력의 가치판단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