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은 올해 6월 마감하는 회계연도에 산하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을 통한 대출 요청액이 250억~3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대출요청이 급증했던 2010년 442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최대 규모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대출요청 규모는 위기 상황이 아닌 시기 중에서는 사상 최대”라며 “에볼라 바이러스부터 시리아를 비롯한 내전지역에서의 난민 수백만명 탈출, 기후변화와 같은 장기 과제 등 여러 위기를 다루기 위한 대출 요청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원자재값 급락 영향이 컸다. 아프리카 최대 수출국인 나이지리아는 올해 110억달러 가량의 예산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페루 등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세계은행이 IMF의 위기대응 역할을 침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MF에 요청할 경우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뼈를 깎는 구조조정 등 정치적으로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하는 반면 세계은행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각국 정부의 모럴헤저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IMF보다 세계은행에 손을 벌리면서 버티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앙골라가 대표적이다.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지 7년도 안돼 지난주 또 도움을 요청했다. 그 사이 중국과 세계은행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면서 시간을 끌었다. 세계은행에서 6억5000만달러의 지원패키지를 받은 후 9개월만에 결국 IMF 문을 두드렸다.
이에 대해 김 총재나 스리 물랴니 COO는 세계은행이 대출할 때에도 구조개혁 등의 전제조건을 달고, IMF로부터 컨설팅을 받기 때문에 상충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세계은행의 이번 회계연도 말에 주주들이 정기 자본공급에 나설 것”이라며 “세계은행의 자본구조에 대한 논의는 더 치열해질 것이며 내년에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주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도 세계은행은 이같은 주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