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나 아기의 식단에서 알레르기 유발 식품을 무조건 제외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일찍 맛보도록 하는 것이 아기의 식품 알레르기 예방에 더 효과적이란 새 가이드라인이 국내 학술지에 발표됐다.
이는 우유ㆍ달걀ㆍ콩ㆍ밀ㆍ땅콩ㆍ견과류ㆍ생선ㆍ조개류 등 알레르기를 자주 일으키는 식품을 아기에게 먹이는 것을 최대한 미뤘던 기존의 ‘식품 알레르기 예방 방정식’을 완전히 뒤집는 지침이다. 식품 알레르기는 영ㆍ유아의 5∼7%에게 나타나는 흔한 질병이다.
26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수영 교수팀은 식품 알레르기가 관련해 최근 개정된 국내외 가이드라인을 분석한 뒤 “아기의 이유식은 생후 4∼6개월에 하는 것이 적당하며, 달걀ㆍ우유ㆍ콩ㆍ밀ㆍ생선ㆍ조개류 등 알레르기 유발 빈도가 잦은 식품도 생후 4∼6개월엔 먹이기 시작할 것”을 권고했다.
설사 부모ㆍ형제 중 한 명 이상이 식품알레르기ㆍ아토피피부염ㆍ 천식ㆍ알레르기비염 등 알레르기 병력을 가진, 알레르기 고위험군 영아(high risk infant)라 할지라도 생후 4∼6개월엔 알레르기 유발식품을 먹이기 시작하는 것이 ‘남는 장사’란 것이다.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리뷰 논문(영유아 식품알레르기 예방을 위한 최신 의견: 수유와 이유식을 중심으로)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지’(AARD, Allergy Asthma & Respiratory Disease) 최근호에 소개됐다.
과거엔 알레르기 고위험군 영아는 이유식을 가능한 한 늦게 시작하고, 알레르기 유발 식품의 첫 노출 시기를 최대한 늦추도록 권고했다. 2000년 발표된 미국 소화과학회의 가이드라인에도 “우유는 1세, 달걀은 2세, 땅콩ㆍ견과류ㆍ생선은 3세 이후부터 먹이기 시작하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미국 소아과학회는 2008년 “우유ㆍ달걀ㆍ땅콩ㆍ생선ㆍ견과류 등 식품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쉬운 식품의 섭취를 늦추도록 권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최근엔 한 술 더 떠 알레르기 유발식품을 너무 늦게 접하게 하면 식품 알레르기 발생 위험이 오히려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서도 땅콩의 조기 노출이 땅콩 알레르기 예방에 효과적이란 결론이 내려졌다. 연구팀은 생후 4∼11개월 된 알레르기 고위험군 영아 640명을 24g의 땅콩 또는 땅콩버터 3 찻숟갈을 매주 3회 이상 지속적으로 먹인 그룹과 땅콩을 전혀 먹이지 않은 그룹으로 나눴다. 이들이 5살이 됐을 때 땅콩 알레르기 검사를 실시했는데, 땅콩을 먹지 않은 그룹의 땅콩 알레르기 발생률은 17.2%로 땅콩을 지속적으로 먹은 그룹(3.2%)보다 5배 이상 높았다.
이를 근거로 최근 세계 여러 학회에선 “땅콩 알레르기가 많은 나라에선 알레르기 고위험군 영아에게 땅콩이 포함된 음식을 생후 4∼11개월에 먹이기 시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교수팀은 논문에서 “땅콩의 조기 섭취로 알레르기 발생을 완전히 막을 순 없다”며 “이미 땅콩 알레르기를 보이는 아기에게 땅콩을 먹이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