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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닷새째를 맞은 진도 팽목항 부두. 혹시 모를 생존자들을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은 침식을 잊은 채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본다. 이들의 희망을 대신 안고 바다 밑 세월호를 향해 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생업을 포기하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민간인 잠수부들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온 진용(27·명지대생)씨는 경력 7년의 민간인 잠수부다. 그는 현재 전미수중지도자협회(NAUI)에서 보조 강사로 활동 중이다. 진씨가 5시간 동안 차를 달려 진도에 도착한 시간은 지난 17일 자정 무렵. 새벽 3시쯤 민간인 잠수부 협회원들과 모임을 가진 뒤 한 시간 남짓 쪽잠을 자고 동이 트자 사고 현장으로 출발, 구조대에 합류해 여지껏 구조 작업을 돕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어선 한 대가 침몰 현장으로 달려갔다. 충청남도 보령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한 어선은 6시간을 달려 현장에 도착했다. 전남 여수에서 출발한 어선 1척도 함께였다. 잠수를 생업으로 하는 민간인 어부들이었다.
70대 고령의 수중폭파대(UDT) 출신 예비역 대령도 팽목항에서 구조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군 잠수부 출신인 그는 퇴역한 뒤 진도에서 민박과 식당을 운영 중이다. 그는 “잠수 지원을 나온 후배 UDT 예비역 대원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며 “날씨는 맑지만, 파도가 거세 UDT 출신 잠수부들도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맹골수도는 전남 해남과 진도 사이의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센 곳으로 유명하다. 물살은 최대 약 6노트(11㎞/h)로 쓰고 있던 수경이 벗겨질 정도다. 이 때문에 훈련된 잠수부들도 선체 진입에 애를 먹고 있다. 물살도 빠르지만, 시계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도 잠수부들을 괴롭힌다. 뿌연 부유물들이 마치 눈발 날리듯 하고 바닷물도 해저로 내려갈수록 점점 어두워진다. 20~30㎝ 앞도 간신히 보일 정도라 조금씩 손을 더듬어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잠수부들은 구조의 손길을 기다릴 지 모를 생존자를 찾기 위해 오늘도 목숨을 걸고 차가운 바닷속에 몸을 던지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구한 한 민간 잠수부는 “규정상 정해진 잠수 횟수를 넘겨 가며 수색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생존자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곤 하지만 단 한명의 생명이라도 구하겠다는 각오로 구조 작업에 온힘을 쏟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