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투자 해볼까)④금속, 전쟁은 시작됐다

급등세 지속..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쓰임새 다양한 `금`..투자수단으로도 `굿`
국내 선물시장 미미..해외선물 증가 추세
  • 등록 2008-04-29 오후 1:45:07

    수정 2008-04-29 오후 1:45:07

[이데일리 손희동기자] 전세계적으로 광물자원 확보 전쟁이 한창이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고성장세가 이어지면서 금과 구리, 우라늄,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반면, 공급은 뒤를 받쳐주지 못하자 너도나도 관련산업에 뛰어드는 형국이다.

▲ 자료:국제금융센터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한해 온스당 평균 697.1달러선에서 거래되던 금은 올 1~3월 평균 923.9달러에서 가격이 형성됐고, 구리는 톤당 7103달러에서 7730달러로, 알루미늄 역시 2663.9달러에서 2775.8달러로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반면 같은 기간 니켈과 아연 등은 오히려 가격이 하락했는데 이는 투기적 물량이 일시적인 차익실현에 의해 빠져나간 것일 뿐, 시장 추세와는 무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쯤되자 뉴아메리칸, 리오 틴토, BHP빌리턴 같은 글러벌 광업 메이저 회사는 물론 전 세계의 `땅 좀 판다` 하는 기업들은 각 지역을 돌며 광맥찾기에 한창이다.

이에 발맞춰 금융시장에선 이같은 원자재 상품을 놓고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을 지에 골몰하고 있다. 그 한 가운데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와 가장 친숙한 귀금속인 금(金)이 있다.

◇ 쓰임새도 다양한 `금`..언제나 공급부족

광물자원의 수요량 폭증은 이제 눈앞에 닥친 일이 됐다. 공장을 돌리고 싶어도, 물건을 찍어내고 싶어도, 원자재가 없어 생산해 내지 못하는 일이 현실화 될 수 있는 시대가 올수도 있다. 

광물자원 국제기구들이 내놓은 자료를 종합해 보면, 지난 2005년 1063만톤이 사용된 아연은 오는 2010년 1297만톤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니켈 역시 124만톤에서 160만톤으로 늘어나고, 원자력발전에 필요한 우라늄은 2005년 6만8000톤이면 됐지만  2010년에는 7만1500만톤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도 마찬가지.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2007년 금 수요량은 전년대비 20% 이상 늘어나며, 5년 연속 증가세를 보인 바 있다.

특히 금은 반지나 목걸이 등 보석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기도 하지만 전성과 연성, 전기 전도성 등 금속적인 가치도 높아 산업재로도 많이 활용된다. 현재 금 활용도를 보면 보석가공을 제외한 비율이 40%에 달하는 데, 전자산업 외에 치과 등 의료용 재료, 그리고 주화 등에 사용되고 있다.

▲ 자료:삼성선물

다양한 쓰임새를 가진 금이지만 수급상황은 여의치 않다.
 
세계 최대 금 생산국인 남아프리카의 금 생산량은 채광 깊이의 증가와 장비 부족, 고유가, 숙련공 부족에 최근에는 전력난까지 겹쳐 생산량이 갈수록 줄고 있다. (오른쪽 표 참조)

상황이 이쯤되자 대체 광물인 팔라듐과 플래티늄(백금) 등의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 金 투자 러시.."금을 확보하라"

금은 일단 경기와도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 상품이기 때문에 대체 투자수단으로도 적격이다.

금은 보통 인플레이션과는 정(+)의 상관관계를, 달러와는 역(-)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의 헤지상품으로는 금만한 게 없다.

미국의 신용위기 이후 안전자산 확보 움직임이 일면서 헤지펀드들이 가장 먼저 눈을 돌린 상품도 금이었다. 올해 들어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에 일부 차익매물이 쏟아지긴 했지만 기본 수요만큼은 탄탄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 자료:삼성선물

아시아에서도 금 관련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 금선물 시장을 개장한 중국에서는 개장 당일 수천명의 투자자가 몰렸다.
 
인도은행은 올해 금 트레이드 펀드 출시를 예고했고, 지난해 8월 오사카 증권거래소는 소액 투자자들을 위한 금 관련 채권을 만들었다.  ETF시장에서의 증가추세에는 불이 붙은 상태다.(왼쪽표 참조) 

실제 금가격은 현재가 사상최고치지만 물가가치를 감안한 상대적 가치에서는 아직 더 오를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와 금 투자에 대한 매력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100으로 환산해 보면 과거 최고치였던 1980년의 금 연평균가격 612.6달러는 현재가로 1529.4달러에 이른다. 아직 500달러 이상의 상승여지가 남은 셈이다.

◇ 국내 선물시장은 `글쎄`..해외라면?

이처럼 해외에서 금은 그 명성에 걸맞는 투자상품으로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이름값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금선물. 금선물은 지난 1999년부터 거래를 시작해 올해 10년차에 접어든 중견상품이 됐다. 하지만 거래량이 극히 미미해 선물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2004년 5월부터 2007년 2월까지는 단 한계약도 거래되지 않았고, 이후 조금씩 늘긴 했지만 한 달에 적게는 10계약, 많게는 50계약 가량 거래되는 게 전부다. 금액으로 치면 한 달에 10억원 정도 거래에 그치고 있다.

신승철 증권선물거래소 선물마케팅팀장은 "현물시장 금 유통물량의 90%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암거래가 성행하고 있어 제대로 된 호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현물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격이 책정이 안되다 보니 선물시장 역시 믿고 투자할 만한 대안이 못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선물은 현물시장보다 적은 비용으로 매매가 가능하고, 실물 인수를 받을 경우 관세환급도 가능하다. 또 공개시장이므로 현물시장에 비해 공정한 가격으로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금선물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금 관련 산업 종사자외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에 국내가 아닌 해외선물시장에서 직접 귀금속 선물을 거래해 보려는 국내 투자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05년 8만8300계약에 불과했던 해외 귀금속 선물 거래량은 2006년에 14만3000계약으로 늘었다. 지난해 12만9500계약으로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유태원 삼성선물 차장은 "금가격이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로 잠시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유가의 급등세 지속과 남아공의 공급 차질 우려로 다시 상승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금 뿐만 아니라 백금, 팔라듐 등 귀금속 가격의 상승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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