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신약개발에 집중하면서 신약개발의 주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임상시험을 전문적으로 영위하는 수탁기관(CRO)들이 주목받고 있다. 임상시험 경험이 적은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임상시험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CRO와의 협업을 꾀하고 있어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산업의 양적·질적 성장으로 신약개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CRO 업계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국내 설립 CRO 기업 수는 65곳에 달한다. CRO 시장 규모는 매년 12%씩 성장해 2024년에는 656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CRO 기업 인력은 지난 3년간 47%, 매출액은 지난 5년간 7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러시아에서 백신 임상시험 접종이 이뤄지는 모습.(사진=타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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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는 신약 개발 단계에서 제약·바이오사의 의뢰를 받아 임상시험 진행의 설계와 컨설팅·모니터링·데이터 관리·허가 등의 업무를 대행하고, 시험 결과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업체다. 최근에는 기술수출·판매까지 신약개발 전 범위에 걸쳐 사업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실제 주요 임상·비임상 CRO 업체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에이디엠코리아는 2019년 91억원이던 매출이 2020년 131억원으로 29%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019년 약 8억원에서 2020년 약 35억원으로 315% 증가했다. 노터스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87억5304만원으로 전년(61억) 대비 30% 증가했고 같은 기간 매출액은 414억 원에서 591억5828만원으로 28.5% 늘어났다. 켐온 역시 지난해 매출액 247억6718만198원, 영업이익 24억3411만6930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각각 18.4%, 28.9% 증가했다. 드림씨아이에스는 지난해 매출액 234억8932만1776원, 영업이익 47억9382만1956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액은 6.24%, 영업이익은 10.6% 뛰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위주의 제약산업 구조가 신약개발로 옮겨가고 정부의 적극적인 바이오 산업 지원이 이뤄지며 CRO 산업도 성장했다”면서 “올해도 항암제, 면역질환치료제 등의 신약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CRO 시장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RO 기업들의 IPO시장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드림씨아이에스는 지난해 임상 CRO 업체로는 처음으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올해 6월에는 에이디엠코리아가 상장을 앞두고 있다. 에이디엠코리아는 국내 상위권 제약 회사를 두루 고객으로 두고 있고 임상시험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에이디엠코리아는 “태국, 베트남 지사를 포함해 아시아 10개국과 미국 등에 진출할 예정”이라며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CRO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다만 국내 CRO 시장을 외국 기업들이 과점하고 있는데다 토종 CRO 업체들도 임상시험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진출해 있는 외국 임상 CRO 업체 20곳의 매출액은 국내 업체 전체 매출액보다 많은 수준이다. CRO에 임상시험을 위탁하고 있는 한 바이오 업체는 “바이오 업체들이 신약개발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CRO에 임상시험을 맡기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도 임상디자인에 대한 경험이 적어 지속적인 의사소통과 관리가 전제되지 않으면 임상시험 방향이 틀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신약개발의 경험이 쌓일수록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