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비싼 이유는 배터리 가격 때문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용량은 대개 10 - 100kWh이다. KWh란 1000와트의 헤어드라이어를 1시간 동안 틀어 놓을 수 있는 전력량을 말하는 것으로 10kWh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60km 정도를 주행할 수 있고, 100kWh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600km를 주행할 수 있다. 한 번 충전에 400km이상 주행할 수 있는 것을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는 테슬라의 모델3, 모델Y에는 80kWh의 배터리가, 아이오닉5에는 73kWh의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다고 한다.
라이트의 법칙은 배터리뿐 아니라 거의 모든 제품에 적용된다. 태양광 전지나 로봇과 같은 신기술 제품뿐 아니라 흑백 TV, 전기 오븐과 같은 오래된 기술 제품도 라이트의 법칙에 따라 원가가 내려간다. 요즘 워렌버핏을 대체하는 신세대 투자가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캐시우드가 CEO로 있는 아크인베스트는 포드 자동차의 모델T의 전신인 모델A가 판매되기 시작한 1903년부터 2012년까지 109년간의 가솔린 자동차 누적 생산량과 가격 하락을 분석해서 라이트의 법칙이 109년간 계속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무어의 법칙이 50년 만에 한계에 부닥친 것과 비교된다.
배터리의 총 누적 생산량과 가격 하락을 분석해 보면 1995년부터 지금까지 배터리는 라이트의 법칙에 따라 누적 생산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약 18%씩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전기차의 총 누적 생산량이 연간 50%씩 증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배터리 가격이 kWh 당 83달러가 되는 시점은 배터리 총 누적 생산량이 현재의 약 4배가 되는 2025년경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2030년까지 가솔린차를 퇴출시키고 순수 전기차만으로 라인업을 구성하겠다는 볼보, 같은 기간 70% 이상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폭스바겐, 2035년 이후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GM의 발표가 나오는 이유는 미국이나 유럽 각국의 환경 규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단순한 가격 비교만으로도 가솔린차는 미래가 없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