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글로벌제약사와 똑같은 방식으론 안된다"

식약처, 제약 CEO 간담회서 강연
"차별화 신약 전략 중요..실패 문책 않는 조직문화도 비결"
  • 등록 2016-02-19 오전 9:46:07

    수정 2016-02-19 오전 9:46:07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신약으로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남들과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글로벌제약사와 똑같은 방식으로는 어렵습니다.”

이관순 한미약품(128940) 사장은 1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식약처장-제약업계 CEO 간담회’에서 ‘글로벌 신약 강국을 위한 도전’이라는 주제 발표를 한미약품의 신약 전략 노하우를 전수했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이관순 사장은 “글로벌 혁신신약을 하나 만드는데 평균 10년의 시간과 1조원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한국제약사는 글로벌제약사와 비교하면 R&D 투자 규모나 환경이 열악한 수준이다.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신약개발 전략은 남들과 달라야 한고 빨라야 한다”면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왔고 시행착오도 많이 했다. 아무리 좋은 약을 개발하더라도 시간이 늦어지만 가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한미약품이 독자 개발한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대표적이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짧은 반감기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로 투여 횟수 및 투여량을 감소시켜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은 개선하는 기술이다. 한미약품은 이 기술을 적용한 당뇨신약을 개발해 사노피와 5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체결했다.

연구진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강조됐다. 이 사장은 “한미약품은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한 연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는 격려문화가 있다”고 자랑했다. 이어 “당뇨프로젝트를 완성시킨 랩스커버리 기술 개발에 13년 걸렸는데,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았는데 기다려주는 문화 덕분에 수출이 성사됐다”고 자평했다.

R&D 결과물은 연구진이 책임을 지지만 궁극적으로 R&D의 가치 극대화는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는 게 이 사장의 경영철학이다. 그는 “중요한 협상은 경영진이 진두지휘하고 R&D는 실패하고 시간이 걸려도 오랫동안 기다려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글로벌제약사의 협상을 할 때에도 사전에 치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실무진들이 원활하게 잘 커뮤니케이션해야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면서 “최적의 파트너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파트너들을 경쟁관계로 만드는 등 신약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사장은 “국내 제약산업은 글로벌과 비교해도 우수한 과학수준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20년 이상 신약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R&D 역량을 결집하면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식약처와 제약업계가 신약개발 지원을 위한 규제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강수형 동아에스티 사장, 최태홍 보령제약 사장, 김동연 일양약품 사장, 윤석근 일성신약 부회장 등 제약사 CEO들을 비롯해 제약업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식약처와 제약업계 참석자들은 글로벌 신약개발 지원방안, 의약품 수출 지원방안, 의약품 허가제도 개선방안, 원료의약품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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