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병사'에 실탄지급한 軍, 대규모 병력 투입해 대치 중

탈영병 도주 16시간 만에 발각, 부모가 투항 권유
가해 병사는 ‘B급 관심병사’… 안이한 병사관리 ‘도마 위’
  • 등록 2014-06-22 오후 6:40:09

    수정 2014-06-22 오후 6:40:09

22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명파리 인근 야산에서 우리 군과 탈영한 병사 간에 총격전이 벌어지자 명파리 일대에 대기 중이던 군 장병들이 전투 태세를 갖추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선 기자] 강원도 전방부대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무장 탈영한 임모(23) 병장이 22일 오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에서 우리 군과 총격전을 벌이며 대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임 병장은 21일 저녁 육군 22사단 동부전선 최전방 일반전초(GOP)에서 수류탄을 터뜨리고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군 수색대의 임 병장 검거 과정에서도 소규모 교전이 발생해 소대장 1명이 팔에 관통상을 입는 부상을 당했다.

한편에서는 총사 난사를 일으킨 임 병장이 군 복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관심병사’였던 것으로 밝혀져 군 당국이 안이하게 병사를 관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군내 안전불감증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탈영병, 도주 16시간 만에 발각… 부모가 투항 권유

국방부는 22일 오후 2시23분께 강원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제진검문소 북쪽에서 임 병장과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발표했다. 총격전이 발생한 지점은 제진검문소 북쪽 300m, 명파리 소재 명파초등학교로부터는 북쪽으로 1㎞ 이상 떨어진 곳으로 민통선 이북 지역이다. 이는 전날 저녁 임 병장이 총기를 난사한 GOP 소초로부터는 10㎞가량 떨어진 곳이다.

앞서 임 병장은 지난 21일 오후 8시15분께 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동료 장병들에게 수류탄 1발을 터뜨리고 K-2소총 10여발을 발사했다. 이 사고로 김모 하사(23)와 진모(21)·이모 상병(20), 김모(23)·최모(21)일병 등 5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7명 중 2명은 각각 다리 관통상과 팔 관통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라고 국방부는 밝혔다. 파편상을 입은 경상자 5명은 강릉병원 등에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군 당국은 사고 다음날인 22일 오후 2시 17분께 은신해 있던 임 병장을 발견했다. 고성군 일대에 ‘진돗개 하나’를 발령한 지 16시간 만이다. 임 병장은 병력을 향해 자신의 소총으로 10발을 쐈다. 이 과정에서 소대장 1명이 팔에 관통상을 입었다. 현장에는 임 병장의 부모가 도착해 투항을 권유 중이다.

가해 병사는 ‘B급 관심병사’… 안이한 병사관리 ‘도마 위’

이런 가운데 임 병장이 관심병사로 분류됐던 것으로 밝혀져 군 당국이 주먹구구식 관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임 병장은 2012년 12월 17일 입대해 4개월 만에 치른 첫 번째 인성검사에서 A급 관심병사 판정을 받았다. A급 관심병사는 자살 징후가 나타난 특별관리 대상으로 GOP 근무에 나설 수 없다. 이 때문에 임 병장은 전입 직후 GOP에는 투입되지 못했다. GOP는 휴전선 철책에서 남쪽에 주둔한 아군 주력부대를 방호하기 위해 설치하는 부대다.

GOP는 외부와 격리돼 근무 스트레스가 상당한 데다 수류탄과 실탄 등이 지급되고 있다. 관심병사가 투입될 경우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해당 부대인 22사단에서는 1984년 총기 난사 및 수류탄 투척 사건, 2005년 예비역에 의한 수류탄 실탄 탈취사건, 2012년 노크귀순 사건 등 기강 해이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부대는 지난해 12월 임 병장을 GOP 부대에 투입했다. 한 달 전 2차 인성검사에서 임 병장이 B급 관심병사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B급 관심병사의 경우 중점관리 대상으로 GOP 근무가 제한되지는 않는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하지만 B급은 사고유발 위험자, 자살 우려자, 성격 장애자를 포함한다. 군 관계자는 “가해자가 GOP 생활에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GOP 부대에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 당국이 인성검사를 통해 복무 부적응 병사에 대한 3단계 필터링을 거치고 있다고는 하나 지휘관의 주관적인 결정이 들어가는 것이 문제”라며 “2011년 총기 난사사고가 일어난 지 3년 만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군이 근본적인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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