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9일 오전 8시 철통보안으로 ‘악명’이 높은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 건물 앞. 기자들은 보통 9시쯤에 열리는 인수위의 회의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별관 앞에서 인수위원의 출근을 기다린다. 평소엔 인수위원 대부분이 전화를 받지 않아 이때가 아니면 이들의 ‘말’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수위 간사단 회의가 예정됐던 8일 오전에도 20여 명의 기자가 강추위 속에서 인수위원들의 출근을 기다렸다. 기자들은 각자 장갑을 끼거나 목도리를 둘러매 추위에 대비한 모습으로 모여 있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인수위원들은 앞서 그래 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는 게 없습니다” 등의 말을 하며 입을 닫고 회의실로 황급히 들어갔다.
인수위의 함구령에도 불구, 기자들에게 ‘사거리 800㎞ 탄도미사일의 조기 전력화’ 등의 정보를 제공(?)했던 김장수 외교국방통일 분과 간사도 이날은 손사래를 치며 회의실로 들어갔다. 지난 7일 기자들을 피해 회의장으로 뛰어들어가다 구두 한 짝이 벗겨져 멋쩍어했던 김현숙 여성문화 분과 인수위원 역시 “그날 누가 신발을 밟았느냐”는 말만 남긴 채 건물 안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다만 이날 ‘현장’에선 훈훈한 사연도 있었다. 한 인사가 기자들에게 무작정 다가와서 “추운데 고생한다”며 귤을 하나씩 나눠줬던 것. 인수위 실무자 중 한 명이겠거니 생각해 귤을 받아든 기자들은 고마워하면서도 궁금증이 생겨 이 인사에게 “누구냐”고 재차 물었고, 이 인사는 “그것은 비밀이다”라고만 답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후 기자들이 모여서 경제 1분과 인수위원인 홍기택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아니냐는 얘기를 했는데, 사진을 확인해 보니 홍 교수가 맞았다는 사실을 알고선 취재진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정장을 빼입고 출근하는 다른 인수위원과 다르게 홍 교수는 이날 편안한 차림으로 나타나 취재진이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또 ‘철통 보안’으로 기자들이 평소 인수위원을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