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금감원/금감위 수술 본격화되나

  • 등록 2000-08-16 오후 4:28:08

    수정 2000-08-16 오후 4:28:08

금융감독당국의 조직과 검사업무에 본격적으로 메스가 가해질 것 같다. 금감원,금감위 조직과 업무에 대한 문제제기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과거 피검기관의 기관장 출신인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평소 금융감독당국에 대해 가졌던 문제점을 손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어 상당히 큰 수술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이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진동수 증선위원과 김종창 부원장 주도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검사제도 선진화와 소비자중심의 감독업무 수행, 내부경영혁신 등 3대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 외부출신 금감위원장이 제기한 감독당국의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 이 위원장은 간부회의에서 금융감독당국이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업무관행을 갖고 있는데다 업무와 조직간의 벽이 여전하고 부서 이기주의와 모럴해저드까지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식정보와 변화의 시대에 맞춰 자율과 창의성이 필요한데도 구태의연한 과거의 잣대를 들이대며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이 특히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는 곳은 금감원, 그중에서도 검사부문이다. 김영재 금감위 대변인은 "위원장께서 피감기관과 유관기관이 금감원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고 지적하고 특히 금감원의 검사자세를 획기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금감원 내부에서는 피검기관인 산업은행의 총재로 있으면서 가졌던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불만을 너무 여과없이 드러냈다는 평과, 금감원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제 3자가 그동안의 경험에 근거해 고쳐야 할 부분을 솔직하게 지적한 것이라는 평이 엇갈리고 있다. 금감원 한 국장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실제로 이같은 점이 없다고 부인하기는 힘들고 그동안 금감원 안팎에서 같은 지적이 있어왔지만 전임 위원장들 때는 크게 신경쓰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헌재 위원장이나 이용근 위원장이 조직융합을 위해 인력을 뒤섞거나 국실을 통합하고 간부들의 책임과 권한에 변화를 주기는 했지만 하부에서는 별 실효성이 없었다"면서 "조직을 섞어도 사람들이나 업무는 과거 감독기구별로 따로 놀았고 이것이 피검기관에서는 일은 제대로 못하면서 책임만 묻는 것으로 비춰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조직개편, 무엇이 달라졌나 = 금감원 조직은 출범후 두차례 개편됐지만 기존조직의 축소와 권한 및 책임의 일부 조정외에 큰 변화는 없었다. 초대 위원장인 이헌재 위원장의 경우 은행-증권-보험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이라는 4개의 개별 감독기구를 통합하면서 물리적인 통합외에 화학적인 융화에도 힘을 썼다. 하지만 기존조직의 높은 벽을 단숨에 넘기는 벅찬 상황이었고 대신 특유의 카리스마와 구조조정이라는 위기상황을 앞세워 조직을 추스려왔다. 금감위 상임위원과 부위원장을 거쳐 2대 위원장에 오른 이용근 위원장은 감독원의 국실을 축소하고 임원들의 업무를 기능위주로 바꾸면서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했지만 기존 조직의 문제점이 개선되지는 않았다. 일부 특정라인에 업무가 과도하게 몰리는 양상이 빚어졌고 하부조직의 이질감은 더욱 커져갔다. 하부조직의 경우 성격과 업무가 다른 기관의 인원을 섞다보니 특정기관 인력을 중심으로 세력이 형성되고 반대로 나머지 기관인력은 소외되는 현상이 빚어졌고 이것이 감독 및 검사업무까지 이어져 비효율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감독과 검사업무는 그동안 규제개혁 차원에서 많은 제도개선이 이뤄졌지만 피검기관 입장에서는 여전히 변화하는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불합리한 관행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신임 금감위원장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도 시장에 보다 친화적이고 소비자를 중심으로 하는 감독 및 검사관행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제도개선 방향은 여기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바뀌나 = 조직과 업무관행 양쪽에서 모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상태에서 정해진 것은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금감원쪽 태스크포스를 이끌 김종창 부원장은 "그림을 그려놓고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며 조직개편과 인사, 검사관행의 개선, 소비자중심의 감독제도 및 관행 혁신 등 3가지 원칙을 세워 여기에 맞춰 앞으로 하나하나 개선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의 경우 금감위원장이 이미 취임사에서 예고한 부분. 이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금감위와 금감원 조직운영의 비효율성을 제거해야 하며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서도 "앞으로 업무파악후 확신을 가졌을 때 조직운영의 비효율 제거를 행동에 옮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직개편의 방향이 비효율 제거라는 점에서 문제점이 제기된 부원장보 기능의 일부 개선과 검사 관련국실의 인사 등이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금감원과 조직확대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던 금감위도 태스크포스가 구성되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조직개편의 바람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업무관행의 개선으로 가장 큰 변화가 예고되는 곳이 검사부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미 사전정지 작업은 시작되고 있다. 금감원은 17~19일 경기도 용인의 삼성휴먼센터에서 330여명의 전 검사인력이 참석하는 합숙연수를 실시하고 의견을 수렴한 뒤 본격적인 검사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검사제도 개선안에는 검사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과거의 검사규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한편 상시감시제도를 정착시켜 현지검사는 가급적 줄이면서 효율성은 높일 수 있는 방안 등이 강구되고 있다. 소비자 중심으로 감독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는 문제는 업무성격상 다소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당장 금감원과 금감위에 닥치게 될 변화는 주로 조직개편 및 인사와 검사관행이 개선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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