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맹장은 터지지 않는다…맹장염으로 불리는 충수염

백남현 윌스기념병원 외과 원장
  • 등록 2024-10-24 오전 7:18:41

    수정 2024-10-24 오전 7:18:41

[백남현 윌스기념병원 외과 원장] 학창 시절, 갑자기 배가 아프면 우스갯소리로 “맹장 터진 거 아냐?”라며 말하곤 했다. 사람들에게 ‘맹장이 터졌다’, ‘맹장’, ‘맹장염’으로 불리는 질환은 ‘충수염’이다. 맹장은 소장에서 대장으로 이어지는 부위로 약5~6cm 길이로 주머니처럼 부풀어 있는 소화기관이다. 그리고 그 끝에 달린 것이 충수, 충수돌기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맹장염은 이 충수라는 작은 기관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충수염’이 맞다. 그리고 흔히 얘기하는 ‘맹장 수술’은 이 충수돌기에 발생한 염증을
백남현 윌스기념병원 외과 원장
제거하는 수술이다. 그리고 웬만하면 맹장은 터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충수는 터질 수 있다. 충수가 터지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충수염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여러 원인에 의해 입구가 막히면서 붓고 염증이 생기는데 이때 나타나는 가장 큰 증상은 복통이다. 그리고 복통 외에 식욕부진이나 오심,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흔히 오른쪽 아랫배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면 충수염을 의심하는데 나이나 성별, 충수의 위치에 따라 증상과 통증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아무래도 충수염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 많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복부 초음파나 소변검사, 복부 CT 촬영, 대장내시경 등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충수염의 치료는 수술적으로 충수를 절제하는 것이다. 보통 증상 시작 시점에서 3일 이내에 수술을 받지 않으면 충수가 터질 수 있다. 충수가 터지면 염증의 내용물이 복강 내로 퍼지면서 농양이 형성되거나 복막염이 발생할 수 있고, 염증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면 패혈증이 발생해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충수염은 절대 방치하면 안 된다.

최근에는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복강경을 이용해 충수를 절제한다. 복강경 수술은 배에 3~4개의 작은 구멍을 낸 후 카메라와 복강경 기구를 삽입해 수술하는데 개복술에 비해 절개가 작아 통증이 적고 회복 시간이 빠르며, 출혈이 적고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 흉터는 작지만, 건강한 회복을 위해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충수염은 전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10~30대의 젊은 환자가 많은 편이다. 그리고 충수염을 예방할 방법은 없다. 다만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초기 증상을 꼼꼼하게 파악해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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