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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당선인은 지난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후 연설을 통해 “나에겐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중요한 책임이 있다”며 “양안의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중국과 대결보다는 대화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중 성향인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가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중국과 대화 의지를 나타낸 것과 달리 라이칭더 당선인은 대만의 민주주의와 세계화를 강조했다.
대만은 그동안 차이잉원 총통 체제에서 중국과 대화가 거의 단절된 만큼 후계자인 라이칭더 총통 정부 역시 양안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중국 역시 후보 시절이던 라이칭더에 대해 “급진적인 대만 독립 분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로리 다니엘스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전무이사는 14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라이칭더의 승리가 악몽과 같은 결과다. 대만과 베이징 사이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선거 직후 중국의 대만 침공 같은 무력 침공이 벌어질 확률은 낮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는 “일반적으로 군사적 긴장이 더 커지고 무력시위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바로 군사적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CFA는 중국이 바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카드다. 중국과 대만은 2013년 상품·서비스 무역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관세를 낮추는 내용의 ECFA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은 올해 1월부터 대만산 12개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중단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품목에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ECFA에 따라 대만은 267개 품목에 대해 관세 혜택을 받고 있는데 중국이 이를 파기할 경우 석유화학·공작기계·철강업 등 분야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다니엘스 전무이사 또한 “중국은 양안 경제 교류를 규율하는 ECFA의 일부 또는 전부를 파기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의 압박이 계속되면 대만 또한 중국과 대화를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총통 선거와 달리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국민당(52석)이 민진당(51석)을 앞선 결과를 얻었다. 대만의 안정을 원하는 대만인들의 표심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구 교수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라이칭더 당선인이 나머지 두 후보와 협력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대만 민심을 돌리기 위해선 경제 회복 카드가 효과적”이라며 “라이칭더 정부도 중국 압박에 대응하면서 (중국과 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중국이 대만과 대화에 나설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 소장은 “공식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카드를 이용해 중국과 접근해야겠지만 민진당 자체가 반중 성격을 띠고 있어 쉽지 않다”며 “대화 재개 여부는 중국이 주도권을 쥔 상태고, 대만의 전향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는 이상 쉽사리 재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