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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장기화·확전시 불확실성 가중 우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이스라엘 경제가 위기에 몰렸다. 전쟁으로 일상적인 경제 활동이 대부분 중단된 탓이다.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가장 큰 악재는 단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다. 전쟁과 그에 따른 병력 소집으로 이스라엘의 경제 활동은 둔화하고 있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동원령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전쟁 중 자본 손실 등으로 올 4분기 민간 소비가 위축할 것으로 전망했다.
FT는 특히 서비스업 타격이 더 심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북부에서 택시 운전사로 일하는 니나 미즈라히는 전쟁 전에는 하루 20~40회 손님을 태웠는데 지난주엔 하루 평균 1회만 운전했다고 하소연했다. 여행업에서도 전쟁을 우려해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가이 베이트-오르 사곳인베스트먼트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린 장기전을 앞두고 있으며 이는 이스라엘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고) 집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공격을 강행하면 이란·헤즈볼라(레바논 무장정파) 등의 개입으로 전쟁이 확전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아미르 야론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과거 어려운 시기에도 회복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는다”면서도 전쟁 장기화나 확전 여부가 경제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금융 시장도 불안하다. 이스라엘 증시 벤치마크인 TA-35 지수는 전쟁 발발 후 이날까지 9% 하락했다. 셰켈·달러 환율은 1달러당 4셰켈선을 넘어서면 8년 만에 가장 높은 환율(셰켈 가치 하락)을 기록했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를 풀어 환율을 방어하고 있지만 화폐가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전쟁 추이에 따라 이스라엘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나마 이스라엘의 외환보유고가 2000억달러(약 270조원)에 이르고 국가 부채 비율이 낮은 등 펀더멘털이 단단한 건 위안거리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이 이날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동결한 것도 아직은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라피 고즐란 IBI인베스트먼트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 정부와 중앙은행 모두 (전쟁으로) 급증할 예산 적자를 감당할 수 있다”며 “경제 활동에 상당한 피해를 보겠지만 전쟁의 길이와 규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