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기어서 지하철 탄다”…장애인권리예산 확정 요구

‘29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는 유보
“기는 시간으로 지체될 뿐 의도적 연착 아냐”
  • 등록 2022-05-03 오전 9:37:06

    수정 2022-05-03 오전 10:48:3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이동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3일 출근길 휠체어에서 내려서 기어서 지하철을 타는 ‘오체투지’ 시위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달 중 기획재정부가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규모를 확정할 때까지 ‘29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는 유보하기로 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3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 3호선 열차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마련을 요구하는 오체투지 시위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장애인권리예산 촉구 25차 삭발결의식 및 기획재정부 추경호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오늘은 동대입구역까지 기어서 지하철을 탈 것”이라며 “기어서 탄다는 것은 기는 시간으로 지체되는 것이기 때문에 의도적인 지체, 연착했다고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지하철 타는 시간이 잠깐 지체되더라도, 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공간과 잠깐의 시간은 허락해주실 것을 호소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날 삭발식과 입장발표 이후 오전 9시부터 박 대표와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휠체어에서 내려 기어서 경복궁역 3호선 지하철에 탑승했다.

현장에서는 시위를 돕는 전장연 측 관계자들과 경찰, 취재진, 승객이 뒤섞여 고성과 몸싸움이 오가는 등 아수라장이 됐으며, 탑승 10분 만에 열차는 경복궁역을 출발했다.

‘장애인권리예산 보장하라’ 등 문구가 적힌 깡통을 들고 탄 박 대표는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보장받고 싶다”고 외치면서 열차 바닥을 기면서 기재부의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등을 호소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3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 3호선에서 열린 제25차 삭발투쟁식에 전장연의 요구안이 써붙여진 깡통이 놓여 있다.(사진=뉴스1)
앞서 추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장애인 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에 국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장연은 성명서를 통해 “전장연이 요구했던 장애인권리예산 보장과 장애인 권리 4대 법률 제정 중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에 대한 약속어음 하나 발행한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장연은 “그동안 스물여덟번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행사로 출근길에 불편함을 겪은 시민께 다시 한 번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면서도 “전장연은 장애인권리 4대 법안 국회 통과와 기획재정부의 장애인권리예산 약속어음이 현금으로 지급될 때까지 21년의 외침과 기다림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와 국회는 2023년 장애인권리예산과 장애인권리 4대 법안 제·개정을 지금 ‘결정’해야 할 때”라며 “더이상 ‘검토’라는 것으로 기다리지 않겠다.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장연은 △기획재정부, 5월 중 2023년 정부예산에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기획재정부, 5월 중 기획재정부 장관 면담을 약속 △국회, 장애인권리 4대 법안 통과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갈라치기 정치 혐오선동에 대해 사과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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