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마트와 편의점이 자체 브랜드(PB) 상품 판로 개척에 나서고 있다. 현재 유통업계는 코로나19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인 경기가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다만 수요가 늘어난 휴지 등 생활필수품부터 가정간편식 등의 PB 상품들의 수출길을 열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
| 지난 6일 홈플러스의 PB브랜드 ‘심플러스’ 화장지와 미용티슈 수출 초도물량을 실은 트럭이 부산항 선적을 위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사진=홈플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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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달 6일 싱가포르에 자사 PB 브랜드 휴지를 수출했다. 홈플러스가 싱가포르에 자사 상품을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홈플러스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플랫폼 ‘Qoo10(큐텐)’은 ‘심플러스(Simplus)’ 화장지(3겹/30롤)와 미용티슈(250매/6입) 초도 수출 물량 2000여 개를 판매했다.
홈플러스 수출 건은 큐텐 측의 제안으로 성사됐단 설명이다. 싱가포르는 주요 생필품의 90%를 육로 교역이 유일하게 가능한 말레이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정부가 지난 3월 18일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동 제한 조치를 발표하면서 싱가포르 내 생필품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싱가포르로 수출한 초도물량은 판매 1주일 만에 절반 이상이 팔렸고, 고객 호응도 좋아 큐텐 사이트에서 높은 평점을 얻고 있다”면서 “큐텐 측과 휴지뿐 아니라 생수 등 다른 생필품들의 수출 건에 대해서도 실무 단계에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마트24는 지난 3월 민생휴지(27*30롤)를 호주에, 민생휴대용티슈 70매(3입)를 홍콩에 각각 수출했다. 이마트24로서는 호주와 홍콩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달성한 수출 건이다. 해당 제품들은 호주의 시드니 교민 슈퍼마켓 및 중국·베트남계 아시안 슈퍼마켓 등 110여 개 매장과 홍콩 가정용품 체인점 JHC(Japan Home Centre)에서 팔리고 있다.
현지의 반응도 좋아 이마트24는 이달 호주에 추가 물량을 수출하기로 결정했다. 이마트24 관게자는 “4월 호주의 민생휴지 총 주문량은 6000개로 3월 수출량 대비 20배 늘었다”라며 “지난해 8월 출시된 민생휴지는 화장지 1m당 가격이 10.19원으로 동일 품질의 유명 브랜드 상품 대비 20~40% 저렴해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 이마트24 영남권 상온센터에 적재돼 있는 호주 수출 상품(사진=이마트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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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또한 올해 1분기 냉동 간편식, 즉석식품, 용기면, 화장지 등 150여 종의 PB상품들과 집기류를 포함한 60여 종의 비 식품류 상품 14억 원 어치를 수출했다. 지난해 수출액이 30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 하면 1분기 만에 전년 수출 규모의 절반을 달성한 셈이다. 대상 국가도 네덜란드, 러시아 등 유럽국가가 포함된 22개국으로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수출 물량은 전월 대비 13.1% 증가했다. 2018년 10월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코로나19 확산에도불구하고 국내 업체들이 코로나19 관련 소비재 수출 호조와 비대면 라이프 스타일에 적극대응해 수출 물량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가공식품을 비롯해 세안용품, 손 세정제 등 코로나19 관련 생필품, 방역 용품 등 기타 품목이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1월 2억 달러 규모던 가공식품 수출액은 지난달 2억9439만 달러로 약 47% 증가했다.
향후 유통업계는 코로나19로 개척한 판로를 통해 외국인에게 인기 있는 한국 과자나 장류 등의 PB 상품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업계의 PB 제품은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코로나19가 잦아든 이후에도 유통업체들은 확보된 판로를 이용해 자사 시그니처 PB 상품을 수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