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올해 실적 악화에도 稅부담 더 커진 이유?

법인세, 전년도 세금 이듬해 3·8월에 나눠내는 구조
호황 뒤 곧바로 불황 찾아와 세금 지출 급증
법인세 최고세율 22%→25% 인상 영향도 커
전문가들 "R&D 세액공제 등 투자 기업 혜택 줘야"
  • 등록 2019-04-11 오전 9:07:11

    수정 2019-04-11 오전 9:07:11

2018년과 2019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법인세비용 비교. 2019년은 추정치. (자료=각 사·단위=억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이 낼 올해 법인세가 급격한 메모리 시장 악화로 전년 대비 11조원 이상 급감할 전망이다. 두 회사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 법인세 총액의 ‘3분의 1’에 달하는 약 23조원을 냈지만 올해는 5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법인세는 전년도 금액을 이듬해 3·8월에 나눠서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호황 직후 곧바로 찾아온 실적 악화가 세 부담을 한층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법정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22%→25%)까지 더해져 두 회사의 투자 여력도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업이익 ‘반토막’…정부 세수도 급감 우려

11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따르면 두 회사의 작년 한해 법인세비용은 각각 16조 8151억원, 5조 8010억원 등으로 총 22조 6161억원으로 전년(16조 8065억원) 대비 34.6%(5조 8096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2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8년 한해 국내 법인세 총액(70조 9000억원)의 31.9%에 달했다. 또 법인세 증가분(11조 8000억원)의 절반 가량을 사실상 두 회사가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메모리 값 하락세가 이어져 D램 가격은 50%, 낸드플래시 가격은 20% 가까이 떨어지며 두 회사의 실적은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5일 발표한 올 1분기 잠정실적은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6조 2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수익이 60%나 줄어든 ‘어닝 쇼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SK하이닉스도 1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컨세서스(전망치)는 각각 32조 6611억원, 6조 9865억원 등 총 39조 6476억원으로 전년(79조 7303억원)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측됐다. 이를 근거로 추산한 법인세비용도 각각 9조 3256억원, 1조 9449억원 등 총 11조 2705억원으로 전년대비 11조 3456억원이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1000만명이 사는 서울시의 올해 지방세 징수 목표액(19조 2700억원)의 60%에 달하는 액수다.

하지만 정부는 법인세는 전년도 세액을 다음해 3월과 8월에 나눠서 걷는 구조이기 때문에 급격한 감소에 따른 세수 감소 위험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반도체 호황기에 부과된 법인세를 시장 침체기에 고스란히 내야하는 탓에 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인세는 전년도 금액을 올해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세수나 국가 채무 등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도 “기업 입장에선 전년 대비 올해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면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 직후 급격한 실적 악화…높아진 세율에 더 커진 稅부담

재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세금 부담이 과거보다 커져 투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급격히 악화돼 수익이 급감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인상된 과세표준 구간 3000억원 이상의 법정 법인세 최고세율 25%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두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3% 늘어난 데 비해 법인세비용은 두 배에 가까운 34.6%가 증가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6조 9865억원으로 ‘슈퍼사이클’ 이전인 2016년(3조 2767억원)보다 2배 수준이지만, 법인세비용은 1조 9449억원으로 2016년(2559억원) 대비 7.6배에 달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실적 악화에 세 부담까지 커지면 투자 여력은 상대적으로 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차원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수출 주도인 우리 경제 여건상 OECD 평균 이하로 법인세율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당장 어렵다면 세액공제 등 단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R&D(연구개발)나 시설 투자 세액공제를 대폭 늘려 투자하는 기업에겐 세금 부담을 줄여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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