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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는 26일 부동산 신탁업 및 보험업 경쟁도 평가 보고서를 공개했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 5월 금융업 진입 규제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외부 전문가 중심의 경쟁도 평가를 거쳐 금융업 진입 문턱을 낮추겠다고 했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부동산 신탁업을 ‘경쟁이 충분하지 않은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신탁사는 토지주가 맡긴 땅을 개발 또는 관리하며 수수료를 받는 회사로, 금융 당국이 2009년 무궁화신탁과 코리아신탁을 인가한 이후 지난 9년간 신규 인가를 중단해 현재 11개 회사가 시장을 나눠 먹고 있다. 부동산 시장 활황에 힘입어 작년 업계 전체 당기순이익(5047억원)도 3년 만에 세 배 이상 늘어날 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위원회는 특히 차입형 토지 신탁 시장의 ‘허핀달-허쉬만 지수(HHI)’가 2478로 대형 4개사 과점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HHI는 특정 시장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업의 시장 점유율 제곱을 합한 값으로 시장 집중도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지표다.
차입형 토지 신탁의 HHI 지수는 전체 금융권에서 가장 높았다. 시장 집중도가 최대인 독과점적 시장이라는 얘기다. 관리형 토지 신탁과 토지 신탁 이외 신탁 역시 HHI 지수가 각각 1236, 1288로 카드·생명보험·자산운용·저축은행 등 다른 업권보다 경쟁도가 낮았다. 차입형 토지 신탁은 신탁사가 부동산 개발 사업의 주체로 사업비 조달 의무를 직접 지는 유형이며, 관리형은 단순히 자금을 집행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차이다.
위원회는 “부동산 신탁업 경쟁도가 높지 않으니 경쟁도 제고를 위한 진입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며 “특히 차입형 토지 신탁은 금융 업권 중 가장 낮은 경쟁도를 보이므로 적극적이고 유연한 진입 정책을 활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생명 보험 시장의 경우 HHI 지수가 994로 경쟁 시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손해 보험 시장 중 화재·해상·특종 보험 등 일반 손해 보험은 자동차·장기 손해 보험과 달리 HHI 지수가 1200~2000 수준으로 경쟁도가 낮다고 보고 경쟁 촉진을 주문했다. 특정 상품과 채널 등에 특화한 보험사 진입을 적극적으로 인허가하라는 것이다. 또 정보기술(IT) 보안, 반려동물 등 특정 분야 전문 기업이 작은 자본으로 손해 보험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자본금 요건 완화 등 진입 제도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금융위는 내달부터 은행업 경쟁도 평가에도 추가로 착수해 11월쯤 결과를 발표하고 최근 국회에서 특례법이 통과한 인터넷 전문은행 추가 설립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내년 초 인터넷 은행법 시행 전에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제정하고 신규 인가 방침을 마련해 내년 2~3월 인가 신청 접수, 내년 4~5월 예비 인가 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21일 기자 간담회에서 “내년 2~3월에 추가 인가 신청을 받고 신청이 있으면 적절한 심사를 거쳐 4~5월쯤 제3 또는 제4 인터넷 은행 예비 인가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