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완전히 고립되어 버린 겨울 산속은 어떤 모습일까. 밤이면 칠흑같은 막막함과 짐승들의 울음이 소름으로 밀려와 두려움과 외로움이 몹시 컸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몸은 점차 건강해졌으며 자연과 호흡하며 지내다보니 마음도 자연을 닮아갔다.
강원도 평창군 자작나무 숲에서 변경섭 작가가 불편한 몸으로 홀로 살아가며 쓴 에세이 ‘서리꽃 피고 꽃 지고’(해드림출판사)가 출간됐다. 변 작가는 문학계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의 편집위원 등을 지냈고 현재는 강원도 평창 산골에 내려가 자연을 벗삼아 글을 쓰고 있다.
애초 은퇴하고 고향 근처 시골로 내려갈 생각이었으나 장소가 마땅치 않아 지금의 자작나무골로 들어오게 됐다. 처음엔 무서웠지만 차츰 꽃과 나무를 심거나 텃밭을 일구며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체득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풀무치가 뛰는 가을’ ‘서녘하늘 황혼을 바라보며’ ‘고라니와 까마귀 그리고 인간’ ‘다람쥐는 어떻게 사는가’ ‘산비둘기의 교미와 섹스에 대한 대화’ 등 해발 800미터 숲속의 서정적인 삶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다행인 것은 띄엄띄엄이긴 하지만 이 깊은 숲속에도 이웃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숲속에 지내며 마음을 수양하고 자연의 경이와 교유의 행복을 느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