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진 국민의당 중재안..'분당수순' 불가피

7일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왼쪽), 안철수 대표가 전남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여수마라톤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을 두고 찬반으로 나뉘어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가운데 갈등 수위가 다시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앞서 중도 성향 의원들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선 후퇴하는 내용 등을 담은 ‘중재안’을 내놔 막판 타협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안 대표가 사실상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분당’사태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안 대표와 ‘반대파 수장’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7일 전남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여수마라톤대회에 함께 참가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별다른 대화없이 냉랭하게 헤어졌다. 2년 전 국민의당 창업을 함께 한 정치적 동지였으나 정적으로 갈라선 현재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안 대표는 자신의 2선 후퇴안 등이 담긴 중재안에 대해 “본질은 통합”이라며 “통합을 이루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고 답했다. 중재안에 대한 입장을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통합 추진 의지를 강조하며 중재안을 우회적으로 거부한 셈이다.

통합 반대파의 움직임에 대해 “본질이 뒤바뀐 것 같다. 전당원투표 결과 75%의 당원이 통합에 찬성했다”며 “정치인은 당원과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 도리다. 국민들이 통합을 바라고 계시다”고 답했다. 다만 “중재를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언급하며 “함께 노력하겠다”고만 했다.

반대파 역시 중재안이 양측의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가 받아들일 용의가 없는 상황에 어떤 중재안도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같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박지원 전 대표는 “안 대표가 그 중재안을 하늘이 두 쪽나도 안 받을 것”이라며 “이미 당원의 75% 찬성으로 (통합안이)통과됐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안 대표가 절대 (중재안을)받아들이지 않고 제가 볼 때는 실현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중재안이 거부되면서 양 측의 입장차를 줄이려는 시도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미 국민의당은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들어섰다.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회의체를 따로 구성해 각자의 길을 나선 상황이다. 반대파는 당장 신당 창당을 압박하며 찬성파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안 대표는 강한 반발에도 아랑 곳하지 않고 내주부터 바른정당과의 통합 실무논의를 예고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당장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당대회출범위원회’ 인적 구성을 논의하고 양 당 지도부로 이뤄진 ‘통합추진협의체’ 2차 공개회의를 개최한다.

향후 변수로는 통합 반대파 비례대표 의원들의 거취 문제가 떠올랐다. 비례대표는 당에서 출당하거나 제명시키지 않으면 당을 나갈 수 없다. 자진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포기해야 한다. 이상돈·박주현·장정숙 등 대표적인 반대파 비례의원들이 출당을 요구하고 있지만 안 대표 측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외 햇볕정책 등을 둘러싼 바른정당과의 입장차이도 극복해야할 문제다. 중도성향을 지닌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통합과정을 거치며 안 대표의 리더십에 상처를 받은 상황”이라며 “이 상태로 통합에 성공해도 ‘상처뿐인 영광’이 아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