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이슈)부동산 잡는데 `금리인상` 카드 쓸까

  • 등록 2006-11-03 오후 1:18:22

    수정 2006-11-03 오후 1:18:22

[이데일리 이승우기자] "우리 동네 아파트는 가격이 그동안 오르지 않았는데 요 며칠 사이 파는 쪽에서 4000만원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계약을 취소하기도 하더군요. 검단은 난리도 아니라지요"

정부의 신도시 개발 계획이 발표된 이후 부동산 가격이 들썩거리자 정부가 주택총량대출 제한(사실은 한은 권한), LTV(주택담보비율) 인하 등 강경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통화정책상으로도 정부의 부동산 안정 대책에 힘을 싣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중에서는 부동산을 잡으려면 그 어떤 대책이나 규제보다는 금리를 올려 투기 수요자들의 금융 비용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낮은 시중금리는 조달비용을 낮추기도 하고 부동산을 제외한 여타 자산에 대한 매력을 감소시켜 부동산 시장에 자금이 집중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결국 금리를 올려 이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부동산 `들썩`..정부의 패배..한은 나서나

8.31 부동산 대책중 하나인 공급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는 검단, 여주 등 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3일, 부동산정책 관련 관계장관 회의를 긴급 개최했다. 재경부와 건교부, 예산처, 금감위, 국세청, 주택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정부 관계기관이 총 망라된 자리다.

한국은행은 이 이 회의에서 빠져 있지만 채권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확인한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들 절호의 찬스를 맞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공급 확대 정책이 부동산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한 정부의 기대는 순진하다. 수급 정책은 장기적인 것"이라며 "금융비용 조정 등을 통한 부동산 시장에서의 유동성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부동산 안정을 위해서는 금리 카드밖에 없다. 이제 금통위에서도 자산가격이나 부동산 문제에 대한 언급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 미국이나 한국이나.. 결국, 부동산거품이 금리인상 배경

전문가들이 이같이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범이 `과도한` 유동성 때문이고, 과도한 유동성을 유발한 것이 바로 저금리 정책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결자해지`. 원인을 제공한 곳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이다.

IT버블 붕괴이후 미국은 정책금리를 사상 최저인 1%까지 낮췄고, 그로 인해 엄청난 유동성이 풀리면서 `부동산투자 전성시대`를 열었다. 미국의 초저금리로 풀린 유동성에다 더해 세계 중앙은행들도 잇따라 금리인하에 동참했고, 결국 세계는 부동산 투기장이 돼 버렸다.

◆美 정책금리와 주택경기 추이


2004년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상당수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의 종결시점에 대해 "주택경기가 잡힐 때까지"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그 예측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도, 폴 버낸키 현 의장도 부동산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들도 박승 전 한은 총재나 이성태 현 총재와 마찬가지로 "부동산가격만을 잡기 위해 금리정책을 쓸 수도 없고, 써서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간 연준과 한은의 금리인상이 `저금리의 수정(correction)` 이었고, 저금리로 나타난 가장 큰 부작용이 바로 부동산 거품이기 때문이다.

◇ 부동산 잡는데는 금리인상이 `딱`이기는 한데..

정부가 추가 규제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규제보다는 미국과 같은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규제는 시장 원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언제나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금리인상은 거품수요를 확실히 잠재울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한 관계자는 "LTV를 50%로 한다고 치면 10억짜리 부동산을 담보로 5억을 대출받겠지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그 나머지는 상쇄할 수 있다. 그리고 50%라는 규제를 피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많다"며 "아무리 부동산 대책이나 규제를 내놓아도 힘들 것이다. 오직 금리인상 뿐이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은행 한 관계자도 "부동산 거품을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집값이 오를 것으로 믿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제2, 제3의 주택을 구입하는 투기자금들"이라며 "금리인상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줄이는 동시에 무리한 대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부동산 거품을 잡는데 가장 확실한 카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가격이 거품이라는 것은 금리를 올려야 할 이유중 하나는 될 수 있지만 전부는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기와 물가여건이 받쳐주면 금리인상이 가능하고 그로 인한 부동산시장 안정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부동산 거품이 우려된다고 해도 다른 여건을 무시하고 부동산만을 겨냥해 금리를 올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 금리 올릴 상황인가

결국 문제는 금리를 올려도 될만한 경기와 물가상황인가 여부다.

경기는 상승세감속이냐, 하강이냐를 놓고 논란이 뜨겁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초반으로 떨어질만큼 너무나 안정적인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금리인상 카드는 정부로서도 손사레를 칠 일이다. 정부는 부동산가격 급등 때문에 긴급회의를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경기부양책을 준비하는 중이고 심지어 한은의 금리인하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락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성장률이 다소 둔화되고 있는 시점에다 글로벌 경기도 불확실한 상황인데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시장 안정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경제 안정이라는 통화당국의 기본 원칙에는 맞지 않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한은도 현 시점에서는 금리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공 애널리스트는 "지난 금통위에서 한은 총재가 `그럴싸한 금리`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면 지금 금리 수준은 한은이 만족하고 있는 상황일 수 있다"며 "금리 변경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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