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은 중국정부가 올해말이나 내년초 남수북조 대수로 공사의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며 중국정부안이 확정될 경우 이를 토대로 채권은행단을 상대로 파산절차 폐지를 이끌어 낸다는 입장이지만 걸림돌이 적지 않다.
수주활동을 진두지휘해야 할 최 회장이 발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채권단은 물론 시장마저도 수주 가능성이나 공사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어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동아건설 회생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 최원석 회장, 집잃고 발까지 묶여
최원석 회장은 25일 장충동 사저를 경매처분당했다. 자산관리공사는 채권확보차원에서 최 회장의 자택을 경매에 부쳤으며 이 자택은 경매 당일 법원경매사이트인 지지옥션을 통해 55억 7000만원에 낙찰됐다.
당초 지난 7월3일 실시될 예정이던 이번 경매는 최 회장측의 반발로 한차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으나 이번에 재개된 것. 최 회장의 주택은 중소건설업체인 신안도시개발에 넘어갔으며, 신안측은 이 주택을 고급빌라로 신축해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 주택에는 최회장 부부가 살고 있으며 최 회장의 이후 거처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에는 165억원 상당의 보유주식을 은닉한 사실이 예금보험공사에 의해 적발당했다. 예보는 최 회장이 채무이행 의무를 피하기 위해 부인과 누나 등이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학교법인에 주식을 무상증여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법적조치를 취하도록 채권금융기관에 통보한 상태다.
아울러 법무부의 출국금지 조치로 국내에 발이 묶여 동아건설 회생카드로 내세우던 중국 남수북조 대수로 공사 수주활동도 전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최회장은 남수북조 수주 활동을 이유로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음에 따라 당분간 해외활동은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복귀당시 회사 회생방안을 마련, 이를 토대로 채권단을 설득하겠다는 최회장의 약속도 현재로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동아건설, 중국 대수로 공사가 유일한 희망
선장격인 최원석 회장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동아건설도 회사 회생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파산절차 폐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채권단에 수주방안을 비롯한 회생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동아건설은 이에 대해 중국정부가 조만간 대수로 공사안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안이 나오는 대로 채권단을 설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동아건설 이창복 사장은 "중국 정부가 이미 공사 예산을 배정해 놓았으며 국무원에서 대수로 공사안을 최종 심의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달 말이나 다음달 중이면 공사안이 확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공사안이 확정될 경우 올해 말이나 내년초 입찰 공고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입찰이 실시될 경우 동아건설이 수주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아건설측은 당초 파산절차가 8월까지 폐지되지 않을 경우 회사가 침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주장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상거래 채권단에 대한 설득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동아건설측의 주장이지만, 문제는 파산절차 폐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채권은행단이 동아건설측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채권단, "대수로 공사 현실성 의문"
채권단은 중국 대수로 수주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다. 공사가 이뤄질지 여부에 대해서조차 반신반의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대수로 수주 카드로 파산절차를 폐지한 뒤 강제화의를 밟겠다는 동아건설측의 희망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파산폐지가 돼서 다른 방법으로 간다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채권단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대수로 공사를 발주해도 "파산 업체가 수주에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수로 공사 자체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측으로서는 입장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도 중국 대수로 공사건과 관련 "언론을 통해 본적은 있으나 이후 동아건설로부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어떤 설명도 들은 적이 없다"며 "채권단 입장은 지난 4월이나 지금이나 같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최회장 복귀 당시 실패한 경영진이 강제화의를 위한 어떤 조건을 제시해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도 동아건설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다. 입찰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은행에서 공사대금의 3~5%에 해당하는 이행보증서(Performance Bond)를 발급받아야 하고 파산절차도 폐지돼야 하지만 채권단이 수주 가능성만을 믿고 파산절차 폐지에 동의해줄 리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해외건설 수주에 앞장서야할 최 회장마저 살던 집에서조차 내몰릴 위기에 처하고 재산은닉 혐의로 도덕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등 사면초가 상태여서 동아건설 회생의 돌파구 마련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