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문주용기자] LG화학에 쏟아진 비난은 확실히 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과거 LG의 행태를 상기하면서 이번 거래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있는게 아니냐며 "도덕적 비난"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이같은 거래도 웬만한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라면 충분히 예견된 거래인데다 LG화학에게 특별한 손실도 없는, 어찌보면 이익도 생기는 거래라는 점에서 비난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일부 증권사 데일리가 전일 비난의 날을 세우던 것과는 달리 "매수타이밍"이라며 추천하고 있는 것도 이 거래가 회사의 펀드멘탈이나 대주주 이익 챙기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예견된 거래=LG화학은 석유화학을 자회사로 두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여러차례 밝혔다. 또 투자증권 주식을 매각할 계획임을 공언한바 있다.
이들 모두 지난해 4월 출범한 지주회사체제와 관련이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의 주식을 가질 수 없게 돼 있다. 때문에 LG화학이 분할될 당시 LGCI가 가져가야할 투자증권 주식을 LG화학과 LG생활건강이 가져가게 됐다.
그렇지만 유화와 관련이 없는 투자증권주식에 대해 노기호 사장 등 LG화학 경영진은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2003년4월이전에 매각하겠다"고 누차 밝혀왔었다.
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LG화학은 LGCI의 사업자회사로 분할하면서 에틸렌 공급회사인 LG석유회사를 자회사(손자회사)로 두겠다고 밝혔다. 자회사로서 적어도 지분율 30%이상은 유지해야 되지만 현재 지분율은 26.02%에 불과하다.
두회사가 수직연관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자회사로 두는 문제, 나아가 확실하게 경영권을 확보해두는 문제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대주주가 투자증권 주식을 갖게 되는 것 역시 쉽게 예상됐던 일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대주주가 투자증권 지분 올리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역시 심심찮았다.
공정법상 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가질 수 없게 된 만큼 LG는 투자증권을 계속 갖고 있으려면 지주회사 틀이 아닌 방식으로 소유하는게 불가피했다. 때문에 대주주들이 직접 지분을 갖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번 거래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특히 화학이 석유화학 지분을 13.98%나 사들인 것 역시 투자증권의 매각가격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시장의 비난은 과거 LG행태와 무관치 않다. 과거 화학은 대주주로부터 비상장 주식을 사들여 회사 자금으로 대주주 이익을 챙겨줬다는 비난을 면치못했다.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밝힐 당시 LG측은 다시는 계열사와 대주주간 거래가 없을 것이라며 누누히 강조했었다. 이번 거래는 약속 파기인 셈이다.
LG는 100명이 넘는 대주주 일가를 두고 있는 만큼 화학 뿐아니라 다른 계열사도 대주주 문제가 껄끄러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얄밉지만 이해할 수있는 거래?=교보증권의 조삼용 애널리스트는 데일리를 통해 "얄밉지만 객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다시 지배구조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주었다"며 "지주회사 관련 법규에 따른 것인 만큼 과거의 의도적인 대주주 이익 챙겨주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고 지주회사 중심의 지배구조 변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투증권도 LG투자증권 보유 주식 매각으로 실질적 현금 유출은 미미할 전망이지만 신뢰 상실에 따른 주가 하락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거래를 지분 인수를 지배 구조 확립 차원에서 해석하면 LG화학의 과도한 주가 하락은 매수 시점으로 적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에 예상되는 거래들. 그리고 힌트는=이번 거래는 앞으로 LG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주식거래에 대해 모종의 힌트를 던져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첫번째는 LG화학이 아닌 다른 계열사들이 갖고 있는 투자증권 주식도 멀지않은 시기에 매각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번 거래의 비난때문에 대주주들이 이들 주식을 매입하길 꺼려하면서 일반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주회사 체제와 관련해 내놓아야 하는 주식은 LG전자가 보유한 투자증권 주식 1000만주(7.15%), LG생활건강이 보유한 130만주(1.1%)다. 이와 관련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누차 밝혔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은 현금 유입이 분명한 거래를 하겠다는 것으로 LG화학처럼 다른 주식과 맞교환하는 방법은 고려치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내년 3월말까지는 이를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까지 전자관련이 없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LG전자도 "어떤 방법으로 매각할지 전혀 결정된 바가 없다"며 "이번 거래에 대한 시장의 비난을 감안하면 투자증권주식을 대주주와 거래하는데는 부담이 너무 크게 됐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어떤 형태든 투자증권 주식을 팔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보인 만큼 시장이 이를 흡수하는 일만 남았다.
또다른 거래는 LGCI와 관련이 되어 있다. LGCI는 내년 3월말까지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 화학 주식 30%를 보유해야 한다. 현재 지분율이 23.34%(보통주)니까 앞으로 7% 가량을 더 매입해야 한다. 이는 420만주 가량이다.
이번 거래로 인한 주가 하락을 LGCI는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 LGCI는 매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호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매입했다가는 시장의 반발을 불러올게 뻔하다.
LGCI 관계자는 "주식을 매입할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최근 주가하락을 이유로 급하게 주식을 살 생각은 아니지만 시황을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LG화학 주식이 계속 약세를 보이면 LGCI가 나서는 시기도 점차 당겨지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