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메르켈-제호퍼, 난민정책 합의안 도출…대연정 붕괴위기 탈출

獨-오스트리아 국경에 난민센터 설립
다른 EU회원국 망명신청자…해당 국가로 돌려보내기로
메르켈 "힘겨운 논의 끝 좋은 타협안 마련"
제호퍼 "정부 남을 것" 사임 철회…세부사항은 곧 공개"
  • 등록 2018-07-03 오전 9:16:55

    수정 2018-07-03 오전 9:16:55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기독사회당 대표 겸 내무장관.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연정 파트너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과 가까스로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대연정 붕괴 위기에서도 탈출하게 됐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기독민주당(CDU)을 이끄는 메르켈 총리와 기독사회당(CSU) 대표 제호퍼 장관은 이날 난민정책 해법을 두고 논의를 가졌으며, 11시간 만에 합의점을 찾았다. 두 사람은 독일-오스트리아 국경에 난민센터를 설립하고,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에 망명신청자로 등록된 경우 해당 국가로 돌려보내기로 합의했다. 메르켈 총리는 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측은 힘겨운 논의 끝에 좋은 타협안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처음의 주장에서 한 발씩 물러선 결과다. 당초 제호퍼 장관과 기사당은 난민유입 규제 정책을 강행하려 했다. 국경지역에 경비·감시 인력을 두고, 다른 EU 회원국에 이미 망명신청을 한 난민들은 입국을 거부하고 ‘즉각’ 추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 정책은 메르켈 총리의 반발로 무산됐다. 메르켈 총리는 난민정책은 개별 국가 차원이 아닌 EU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이 독자적으로 난민정책을 추진할 경우 난민들의 주요 도착지인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EU 이민법에 따르면 난민 또는 불법 이주자는 처음 도착하는 유럽 국가에 망명을 신청하도록 규정돼 있다.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쏟아지는 북아프리카 및 중동 출신 난민들은 대부분이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제일 처음 도착한다.

이에 제호퍼 장관은 지난달 28~29일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메르켈 총리가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합의안을 도출해낼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2주의 유예기간을 줬다. 메르켈 총리는 28개 회원국들로부터 국경 강화와 역내 합동난민심사센터 신설, 역내 난민 이동 제한 등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또 난민들이 처음 망명을 신청한 국가에만 거주토록 EU 14개국과 합의했다.

결과에 실망한 제호퍼 장관은 전날 기사당 지도부 회의에서 장관직과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임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냈다. 연정이 붕괴될 우려에 놓이자 메르켈 총리는 다급해졌다.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면서 제호퍼 장관을 설득했고, 연정 붕괴 위기도 봉합했다.

협상 중간에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놨던 제호퍼 장관도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을 마친 뒤 “양측은 합의에 이르렀다. 정부에 남아있겠다”면서 사임 의사를 거둬들였다. 그러면서 “합의된 세부사항은 곧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68년 간 이어져 온 기독-기사 동맹 관계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대연정 붕괴 위기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와 가디언 등은 “이번 합의로 기독-기사의 70년 동맹을 위협했던 갈등도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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