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우리은행이 1000억원에 달하는 ELS(주가연계증권) 평가손실을 낸 것을 두고 파생 거래 역량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금융지주(316140)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사가 없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8일 6월 자체 리스크 관리 실태 점검을 한 결과 ELS 상품 관련 파생 거래에서 962억원 평가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발견, 6월 말 결산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해당 사실을 인지해 담당 딜러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헤지(위험 분산) 전략을 실행했지만 시장 변동성이 지속하면서 이를 회복하지 못했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한 사례”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선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우리은행 측도 “장외 파생상품은 가격 산출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1000개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변동성을 산출하는데 급격한 시장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평가액과 시장가액 사이에 괴리가 발행할 수 있다”며 “입력 변수 재산출을 통해 시장가치에 부합하도록 회계추정 방식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운용을 해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보통 은행은 증권사와 장외파생 거래를 맺은 뒤 기초자산 가격 변동 리스크를 헤지하는 ‘백투백 헤지’를 취한다. ELS 헤지 운용 규모도 자체 헤지를 하는 대형 증권사에 비하면 크지 않은 편이다. 손실 규모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우리은행은 청산 목적의 헤지 거래를 제외하곤 주식파생 상품 거래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리스크가 큰 현실을 받아들이고 보수적인 운용 기조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된다. 올 상반기 우리은행의 외화·파생 수익은 6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5% 떨어졌다.
금융감독원도 이번 사건을 들여다 볼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 자체 검사가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됐는지 등을 향후 검사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