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전부터 우리 삶에 있던 AI '네오사피엔스'…"그 목소리, AI입니다"

[K-인공지능 생태계를 가다]①네오사피엔스
AI 성우, AI 연기자 서비스 '타입캐스트' 제공
글자 목소리로 단순 변환 아니라 감정까지 실어
이달 초 사용자 130만명 넘겨…유명 유튜버 목소리도 AI
챗GPT 열풍 이후 해외 방문자 급증…올해 해외 시장 공략
  • 등록 2023-02-19 오후 5:40:08

    수정 2023-02-19 오후 7:19:48

[이데일리 김태형] 김태수 네오사피엔스 대표
지난 2016년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바둑대국으로 AI가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알파고 신드롬 이후 5년 만인 지난해 11월 오픈AI가 선보인 AI 챗봇 ‘챗GPT’가 다시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불과 5년 만에 AI기술은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시험뿐만 아니라 논문작성도 가능할 정도로 발전했다.

세계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869억달러(약 120조원)였던 세계 AI 시장규모는 연평균 36% 이상의 성장을 거듭해 2027년 4070억달러(약 564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챗GPT열풍으로 도래한 새로운 AI 시대는 우리나라에 위기이자 기회다. 국내 AI 생태계는 통신사, 반도체, 플랫폼 기업 등이 합종연횡하면서 초거대AI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이데일리는 국내 AI 생태계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이데일리 함정선 김영환 기자] 챗GPT가 인공지능(AI) 열풍을 몰고 오기 전부터 이미 우리 주변에는 숨 쉬듯 AI가 함께 해왔지만, 이를 깨닫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낚시 예능 프로그램 ‘도시어부2’의 내레이션이나 유튜브에서 흔히 마주하는 증권사 광고 속 ‘랩’이 인간이 아닌 AI의 솜씨라는 사실이 꽤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할 것이 분명하다. 그것도 우리 기업이 직접 만든 기술로 말이다.

주인공인 네오사피엔스는 인공지능 음성생성 기술을 기반으로 텍스트를 오디오 콘텐츠로 변환해주는 ‘타입캐스트’를 서비스하는 곳이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목소리로 변환해 들려주는 것이 뭐 그리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네오사피엔스는 다르다. ‘진짜’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노래하는 것처럼 텍스트를 바꿔주기 때문이다.

AI 목소리에 ‘감정’ 더하며 차별화…상업화까지 고민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네오사피엔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태수 대표는 “개그맨들이 마치 성대모사를 하듯이 AI가 사람의 목소리를 학습을 하도록 했다”며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서 목소리에 있는 감정까지 살려보면 어떨까 하며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량의 데이터를 주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스스로 학습하는 AI의 대표적인 기술인 ‘딥러닝’을 바탕으로 단순히 사람의 목소리만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감정까지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는 얘기다.

덕분에 네오사피엔스가 제공하는 타입캐스트는 비슷한 텍스트·오디오 변환 서비스 중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서비스들은 타입캐스트처럼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다 보니 AI목소리라는 것이 ‘티’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 상품화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안내방송이나 AI스피커 등 AI 목소리가 쓰이는 곳에서 네오사피엔스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서다.

김 대표는 “안내 방송이나 AI스피커 등은 목소리가 어색한 것을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으니 더 많은 돈을 주고 굳이 자연스러운, 사람 같은 목소리를 쓸 필요가 없더라”며 “어디에서 사업적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김 대표가 주목한 것이 바로 콘텐츠 시장이다. 그는 성우나 연기자를 캐스팅해 녹화나 녹음을 해야 하는 과정을 보니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데다 공간적 제약까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성우를 캐스팅하려면 가격도 비싸고 스튜디오도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타입캐스트를 이용하면 컴퓨터 앞에서 녹음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적극 알렸다”고 했다.

타입캐스트의 AI 아나운서
130만 사용자 확보하며 인기…영상 서비스로도 사업 확대

김 대표의 이 같은 전략은 유튜브나 쇼츠 등 소셜네트워크미디어의 폭발적인 성장과 맞물리며 타입캐스트의 사용자 확대와 이어졌다. 그간 성우나 연기자를 필요로 했던 개인부터 기업까지 그들 대신 타입캐스트의 AI 성우와 AI 연기자를 찾았다.

구독자 200만명이 넘는 인기 요리 유튜버는 사투리가 약간 섞인 말투를 쓰는 삼촌과 귀여운 초등학교 조카의 대화 형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삼촌과 조카 모두 타입캐스트의 AI 성우일 정도다.

김 대표는 “서비스 초반만 해도 발성이 약간 어색하거나 그런 부분이 있었지만 서비스를 진행할수록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듣고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현재는 AI 성우임을 알아채지 못하는 콘텐츠도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온라인에서 송출되는 광고의 멘트는 타입캐스트의 AI 성우들이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김 대표는 네오사피엔스가 음성 특화해있다는 점을 이용, 영상 서비스로까지 진출했다. 가상 아나운서나 연기자의 모습까지 제공하고 있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를 맞아 타입캐스트의 사용자도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지난해 말 120만명을 돌파한 사용자는 두 달 만인 이 달 초 130만명을 넘어섰다.

챗GPT 인기 타고 해외 방문자 급증…해외 시장 공략 강화

특히 최근에는 해외 방문자가 급증하며 해외에서 인기를 실감하는 중이다. 챗GPT의 영향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해외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10~15% 수준인데 최근에는 방문자를 보면 절반이 해외 사용자”라며 “챗GPT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으면서 생성AI 서비스로 타입캐스트가 언급되고 있어서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관심과 열기를 타고 네오사피엔스는 올해 해외 시장 공략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현재 타입캐스트는 한국어 목소리를 약 300개, 영어 목소리를 약 100개가량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어와 스페인어 등도 서비스하고 있다. 올해 독일어와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중국어를 론칭하며 사용자를 늘려나갈 전략이다.

김 대표는 챗GPT의 열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챗GPT에 대한 관심이 생성AI에 대한 관심, 초거대AI에 대한 투자와 지원 등으로 이어지면서 AI 생태계가 갖춰질 것으로 기대해서다.

네오사피엔스만 해도 더 많은 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김 대표는 “글을 쓴다는 일이 쉽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며 “챗GPT가 원하는 글을 써주고, 타입캐스트의 AI 성우나 연기자가 이 글을 읽거나 연기하면 한 편의 콘텐츠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시대, AI가 우리 삶에 들어온 시대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오사피엔스는 이데일리가 주최한 제1회 AI코리아 대상 수상기업(2020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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