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조마조마해 하며 기다렸던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공개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그렇게도 공격적인 통화긴축을 폈는데도, 아직까지 약발이 먹혀들지 않고 있음이 재확인됐다. 특히 기저적인 인플레이션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CPI가 큰 폭으로 뛰면서 당장 11월과 12월 연준의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상 우려가 커졌다.
다만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확 치솟은 인플레이션이 오히려 향후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내려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역발상과 연준의 실탄이 거의 소진되는 상황에서 시차를 두고 통화긴축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다소 막연한 기대가 증시를 끌어 올렸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CPI는 전년동월대비 8.2%, 전월대비 0.4% 각각 올랐다.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전월의 8.3%보단 낮아졌지만 월가 전망치였던 8.1%보단 높았다. 전월대비 상승률은 8월의 0.1%와 월가 전망치인 0.3%를 모두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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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동월대비 6.6% 상승했는데, 이는 8월의 6.3%나 월가 전망치인 6.5%를 모두 웃돌았다. 1982년 이후 무려 40년 만에 최고치였다. 근원 CPI 전월비 역시 0.6% 올라, 8월과 같았지만 월가 전망치인 0.4%보다 높았다.
가장 큰 부담은 미국 CPI에서 비중이 3분의1이나 되는 렌트(주거비)가 전년동월대비 7.2%나 올랐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에서 렌트 상승률은 통상 3% 정도였다. 미국 30년 만기 모기지금리가 7%에 육박하는 상황이 되자 집 주인들은 집값을 내리지 않고, 대출금리가 부담되는 월세자들은 집 구입 대신에 월세로 몰리니 렌트비가 계속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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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는 와중에 신차 가격은 0.7%나 올라, 한동안 다소 개선되나 했던 공급망 차질 이슈가 여전하다는 점도 재확인됐다.
이에 올해 있을 11월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더 공격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 워치(Fed Watch)에 따르면 11월 FOMC에서 75bp 금리 인상이 있을 확률은 하루 전 85%에서 현재 97%까지 높아졌다. 특히 일각에서는 100bp 금리를 인상하는 울트라 스텝 전망까지도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확률은 2.9% 정도 수준이다.
또한 당초 50bp 금리 인상을 가장 높게 봤던 12월 FOMC에 대해서도 시장은 66%의 확률로 75bp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하루 전 32%에서 2배 이상 뛰었다.
다만 최근 가뜩이나 경기 침체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연준 입장에서는 정책금리를 5%대까지 올린 뒤 추가 인상이 어려운 만큼, 사실상 실탄을 소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정책효과가 시차를 두고 발휘되거나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가 조기에 나타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는 정치적 부담과도 관련된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월 CPI 결과에 대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최우선이고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더 있다”면서도 “그동안의 물가와의 전쟁에서 약간이 진전이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은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기하길 원하고 있는 만큼, 그들이 의회 다수당이 되면 물가가 더 올라갈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민주당 지지를 호소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11월 중간선거에서 미 상원 다수당을 두도 민주당과 공화당은 거의 비슷한 여론조사 결과를 얻고 있고 심지어 경합지역에서는 공화당이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보니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심리적으로 쫓기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여름까지만 해도 대부분 유권자들이 낙태 이슈를 이번 중간선거 최대 이슈로 꼽았었지만, 8월 중순 이후 낙태보다 경제를 더 중요하게 꼽는 유권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바이든과 연준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