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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모두 원칙적으로 특검 도입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장외에서 명분 쌓기 용의 선언적 목소리만 내며 분주한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날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이른바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부실 수사 의혹’ 등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관련된 혐의를 빼고 특검을 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강원도 춘천의 강원도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해당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하는 특검을 하자고 한 지가 오래됐다며 반박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특검 도입 주장이 유 전 본부장 사망을 계기로 다시 불붙으며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여야는 정작 이견을 좁히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수사 대상, 특검 방식 등에서 큰 이견을 보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지금 당장 극적 합의를 한다고 가정해도 특검법 통과, 특검 임명과 수사팀 구성 등의 기간을 고려하면 수사 개시까지 40일 안팎의 시간의 소요 돼 1월 말은 돼야 수사 시작이 가능하다. 수사 기간 60~90일을 고려하면 내년 2월 13일 대선 후보 등록일은 물론 선거일인 3월 9일까지도 수사 결과가 사실상 나오기 힘들다. 준비 기간이 짧은 상설 특검의 경우 국민의힘 측이 반대한다. 특별검사추천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이 들어가 있어 여당에 유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합의가 어렵다.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상설 특검으로 하되 특검을 자신들이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양당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정치권이 애초부터 특검 도입에 대한 의지가 없었고 이미 특검이 늦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정치적으로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특검은 일단 들어가면 대부분 기소를 하는데다 그 과정에서 압수수색이나 소환을 하면 투표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여야 모두 염려할 것”이라며 “특히 양당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만큼 특검이라는 중대 변수가 등장하길 모두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여야 모두 이미 특검 도입을 하기엔 늦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이 관심 있는 것은 특검 도입이 아니라 서로 상대방이 거부했다는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유 전 본부장의 부재로 인해 검찰의 윗선 수사 계획도 차질이 생겼다는 점이다. 유 전 본부장은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와 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로비 명목으로 2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또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었다. 유 전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한 후 그를 연결 고리 삼아 대장동 윗선 수사를 이어 가려고 했던 검찰은 최대 난관을 만나게 됐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일단 구속영장을 청구한 혐의인 ‘뇌물’ 혐의는 유 전 본부장 조서를 바탕으로 수사를 계속해 나가겠지만, 그의 신병을 확보해 황 전 사장 사퇴 압박 의혹 즉 윗선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수사를 하려고 했던 검찰의 계획은 큰 고비를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이제 유 전 본부장 진술에 기대를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윗선 개입을 규명하기 위해선 검찰은 직접 증거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며 “대장동 4인방을 기소한 선에서 수사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