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기름값의 가파른 상승세로 주름살이 깊어졌던 자영업자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12일부터 유류세 20%를 전격적으로 인하한 덕분이다. 6개월간 한시적인 조치이지만,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고삐 풀린 기름값까지 더해진 서민경제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14일 ‘유류세 전격인하’ 푯말이 붙은 서울시내의 한 주유소에 시민들이 차량에 주유를 하고 있다.(사진=이소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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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기름값을 내린 주유소에는 주유하려는 차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장사진을 이뤘다. 유류세 20% 인하로 유종별 인하액은 휘발유는 ℓ당 164원, 경유는 116원, LPG(부탄)는 40원이다. 14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정유사 직영주유소는 손 글씨로 급하게 쓴듯한 ‘유류세 전격인하’ 푯말을 붙이고 손님들을 맞았다. 이곳 주유소 직원은 “(기름값을) 내렸다는 소식을 들은 운전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주유소 가격 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는 ℓ당 1742.50원, 경유는 1555.81원이다. 유류세 인하 직전인 지난 11일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가 ℓ당 1810원, 경유가 ℓ당 1606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50~60원가량 내렸다.
한 고객은 “기름값이 오르면 모든 주유소에서 일제히 오르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유류세 인하 반영 시기는 주유소마다 달라 헷갈린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소비자가격은 개별 주유소가 정한다. 아직 재고 물량이 남아 있는 곳은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하지 않아 전국 주유소 유류 판매가격에 인하분이 적용되기까지는 1~2주간 걸릴 전망이다. 지난 12일부터 765개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1233개 알뜰주유소 등 전국의 총 1998개 주유소는 정부의 요청으로 유류세 인하분을 즉각적으로 반영했다.
| 14일 기준 시도별 평균 휘발유(위)와 경유(아래) 평균 가격 현황 및 유가 추이(자료=오피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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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휘발유 가격이 ℓ당 1500원대까지 내려간 주유소는 소문을 듣고 차량이 잔뜩 몰리면서 일대 교통체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광주광역시 서구에 있는 한 알뜰주유소는 휘발유가 ℓ당 1594원으로 주변과 비교해 최저가로 판매했다. 차량들이 몰리면서 주유소 입구로 가는 차선은 대기하는 차량들로 주차장이 되기도 했다. 반면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다른 주유소는 재고물량이 남아 있어 유류세 인하분이 반영되지 않아 휘발유가 ℓ당 1778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쌌다. 이러한 이유로 주유하려는 차량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자동차가 생계 수단이나 마찬가지인 생계형 운전자들은 기름값 인하로 한숨을 돌렸다. 서울에서 1t 트럭을 가지고 이삿짐 화물을 나르고 있는 60대 최모씨는 “유류세 인하한다는 소식이 있어서 1만원만 넣고 기다렸다”며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그래도 경윳값이 ℓ당 1600원을 넘는 등 최고치로 올랐을 때랑 비교해보면 40ℓ 채우면 1만원정도 절약했다”고 말했다.
다만 유가 인하라는 호재에도 요소수를 구하지 못한 경유 차량 운전자들은 울상이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덤프트럭을 운행하는 박모 기사는 “정부의 ‘주요 공급거점 100곳’ 명단에 속한 주유소 3곳을 찾아다녔는데 결국 못 구해 시간만 낭비했다”며 “동료 기사들끼리 남은 요소수를 나눠가면서 쓰고 있는데 일주일도 못 가서 동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요소수 공급처를 주유소로 한정하면서 요소수가 업체의 ‘미끼상품’이 돼버렸다는 불만도 나온다. 개인 화물차 운전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유를 일정액 이상 하지 않으면 요소수를 판매하지 않거나 해당 주유소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주차장을 사용하는 차량에 한해 요소수를 판매한다는 조건 등으로 ‘요소수 갑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의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 요소수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1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입구에 설치된 요소수 판매 간판에 엑스 표로 테이프가 붙어있다. (사진=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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