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야, 넌 어쩌다 태풍 이름이 됐니?

아시아태풍위원회 소속 14개국이 10개씩 이름 제안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염원 담아 연약한 단어 붙여
태풍 노루, 한국이 제안한 이름으로 5조에 소속
  • 등록 2017-08-04 오전 9:34:29

    수정 2017-08-04 오전 9:34:29

(사진=연합뉴스/NASA 홈페이지)
[이데일리 e뉴스 유수정 기자] 한반도 쪽으로 향하고 있는 태풍 노루(NORU)에 대해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특히나 이번 태풍의 이름은 한국에서 제안한 한글 단어로 알려져 태풍 이름 명명법에 대한 관심 또한 뜨거운 상황이다.

현재 태풍 이름의 경우 아시아태풍위원회(ESCAP/WMO Typhoon Committe)에 소속된 나라 14개국이 각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의 태풍 이름을 순서대로 사용한다. 태풍이름을 28개씩 5개 조로 나눠 각 국가의 영문 알파벳 순서로 그해 발생하는 태풍에 순차적으로 붙이며, 140개를 모두 사용하고 나면 다시 1번으로 돌아와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한 해에 30여개의 태풍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할 때 140개의 이름을 모두 사용하려면 5년 정도 걸린다. 이번 태풍인 노루의 경우 5조에 소속돼 있다.

아시아태풍위원회에 가입된 나라는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 △캄보디아 △홍콩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라오스 △마카오 △미크로네시아 등이다.

그런데 유독 태풍 이름에 한글이 많게 느껴진다. 이는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의 인근 국가가 가입하는 아시아태풍위원회에 한국과 북한이 모두 가입 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글 단어로 등록된 태풍 이름은 총 20개다.

태풍 노루는 한국이 제안한 태풍 이름으로 5조에 속해있다.
그러나 각 국에서 제안한 태풍의 이름은 피해 정도에 따라 퇴출되기도 한다. 순서가 돌아와 이름이 다시 명명됐을 때 지난 피해의 아픔이 되살아나지 않게 하고, 비슷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기원이 담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총 31개의 태풍 이름이 퇴출당했으며, 한번 퇴출당한 이름은 다시 쓰일 수 없다.

한글 단어의 퇴출 사례도 존재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안한 수달(2004년)과 나비(2005년), 북한에서 제안한 봉선화(2002년)와 매미(2003년)가 바로 그것.

이에 이를 대신해 태풍 이름에 사용되는 한글 단어는 △개미 △제비 △나리 △너구리 △장미 △고니 △미리내 △메기 △노루 △독수리(한국 제출) △기러기 △소나무 △도라지 △버들 △갈매기 △노을 △무지개 △민들레 △메아리 △날개(북한 제출) 등이다.

해당 단어들을 살펴보면 초식동물이나 곤충 등을 뜻하는 이름이 많다. 이는 태풍의 위력이 약해져 육지에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사라지길 기원하는 차원에서 지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여성성이 강한 이름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성 평등적 인식 때문에 연약하게 느껴지는 동물이나 곤충 등의 이름을 주로 붙이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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