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취임사

  • 등록 2014-07-16 오전 9:56:21

    수정 2014-07-16 오전 9:56:21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취임사 전문

여러분, 반갑습니다. 새로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임명받은 김희정입니다. 이렇게 한 가족으로 정식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17대, 19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과 간사로 일하면서, 여성가족부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봐 왔습니다. 이제 여성가족부와 함께 대한민국의 여성·가족·청소년정책을 총괄하는 소임을 맡게 돼 더욱 무거운 소명감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제가 여가부 장관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변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선배나 어르신들로부터는 “모든 국민을 가족같이 대하는 장관이 돼라”는 덕담과 축하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친구나 가까운 후배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안티팬이 많이 늘텐데...”라는 농담 섞인 걱정이 많았습니다.

일부 국민들이 우리 여성가족부를 바라볼 때,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꼭 필요한 일을 하는 부처가 아니라 그저 국민을 귀찮게 하는 부처, 불필요한 규제부처로 생각한다는 것이 제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처음 맞닥뜨려야 했던 안타까운 현실이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국회에서 지켜보고 또 안에 들어와 보고 느낀 여성가족부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부모·조손가족,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를 포함해 우리사회의 도움이 절실한 국민들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곳이 바로 우리 여성가족부입니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특히 첫 여성대통령 시대에 걸맞는 여성지위 향상을 이루고, 여성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하는 무거운 시대적 소명을 안고 있습니다.

다른 중앙부처에 비해 위상도 높지 못하고, 현격히 열악한 인력과 예산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께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가슴 아프지만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과 현실입니다.

사랑하는 여성가족부 가족 여러분!

국민들이 우리 정책효과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그 원인을 냉철히 분석하고 일하는 방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여성가족부 직원 한 명 한 명 모두 ‘행정의 달인’이 되어 ‘달인 여가부’를 만들어 갑시다.

지난 인사청문회 때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삶의 현장 곳곳에서 열심히 사는 우리 국민들”이라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국민들을 의식한 빈말이 아닙니다.

‘생활의 달인’들은 얼핏 흔하디흔한 직업에서도 오랜 연구와 훈련을 통해 남다른 능력을 발휘하고 몇 배의 성과를 얻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 같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가 되어 주십시오. ‘최고들의 집합체’, ‘달인 여가부’를 만들어 갑시다.

아울러, 정책현장에서 만나는 국민들께도 ‘달인 정신’을 강조해 주십시오.

가령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찾는 경력단절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 재취업에 필요한 기술에 앞서 ‘내가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좌절감과 두려움을 극복할 의지입니다.

열정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당당히 우뚝 설 수 있도록 마음가짐과 태도부터 변화시키는 데 지원책의 주안점을 둬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정부부처부터 시민사회, 기업, 국제사회에 이르기까지 경계 없는 협력을 통해 ‘작지만 강한 부처’를 만들어 갑시다.

부족한 인력과 예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 각 영역들이 지닌 기능과 자원을 연계하고 이를 함께 활용하려는 자세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범정부 차원의 융합정책 개발을 주도하고, 융합행정을 통해 업무효율성과 국민만족도를 높여나갑시다. 무엇보다 우리 내부의 칸막이부터 없애나가야 할 것입니다.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우리가 펼치고 있는 여러 국민인식개선 캠페인이나 부부교육·부모교육 등의 가족교육이 훨씬 큰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과는 일·가정양립 문화 정착을 위한 환상의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정부의 독려나 사회적 이목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가족친화경영의 좋은 선례와 유무형의 이점을 널리 홍보하고, 실질적인 혜택과 인센티브를 더욱 적극적으로 개발해야겠습니다.

국제사회와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문제와 같은 범인류적 차원의 여성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밀접하게 협력해 나갑시다. 개발도상국의 여성역량과 권익증진을 돕는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을 통해 국제사회 안에 위상을 높이고 국제연대의 끈을 강화시켜 갑시다.

셋째, ‘발품’과 ‘눈품’ ‘귀품’을 파는 현장행정, 소통행정을 강화해 국민의 마음을 얻어나갑시다.

우리부에 대해 막연히 부정적 인식을 갖는 국민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여성가족부 행정의 공급자와 수요자 간에 커다란 간극이 있었다는 방증입니다.

우리 정책이 국민 한 분 한 분께 빠짐없이 전달되고 있는지, 정책수혜자가 그 정책에 공감하고 만족하는 지 꼼꼼히 점검해야 합니다. 정책현장을 몸소 체험하며 우리 정책이 어떻게 작용하고 어떻게 국민 삶을 변화시키는지 보다 현실감 있게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이 세 가지 변화를 추진력으로, 모든 국민들이 ‘기회 앞에 미소 지을 수 있는 사회’, ‘재도전과 패자부활전이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좌절을 맛봤던 사람입니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하고, ‘과연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19대 출마선언을 하면서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가 바로 ‘패자부활전’이었습니다.

여성가족부의 정책대상은 대부분 인생에서 위기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국민들입니다. 승진에 계속 누락되는 여성, 재취업이 안 되는 경력단절여성, 학교 밖을 방황하는 청소년들, 학업·육아·생업의 삼중고에 시달리는 미혼모·부자가정 등 새로운 기회가 절실한 분들입니다.

모든 국민들에게 당연히 주어져야 할 기본권리가 누군가에게는 감히 마주하기 힘든 소망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때로 주변여건과 환경 때문이고, 때로 ‘여자니까’, ‘학교를 안 다니니까’ 등의 편견이 넘기 힘든 장벽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기회의 여신’ 오카시오(Occasio)는 앞머리가 풍성하고 긴 반면 뒷머리는 아예 대머리고, 뒤꿈치에는 날개까지 달려 있습니다. 기회란 그만큼 한 번 놓치면 다시 붙잡기 어렵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국민행복 실현을 위한 핵심 부처로서, 우리 여성가족부는 국민들에게 ‘절도봉주(絶渡逢舟)’, 즉 ‘끊어진 나룻길에서 만난 배’가 되고자 합니다. 국민 손을 맞잡고 함께 장애물을 걷어내고 끊어진 길을 이으며, 기회의 여신을 다시 불러오겠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여성가족부 가족 여러분!

말하자면, 오늘부터 ‘여성가족부 시즌2’가 시작됩니다. 어린 시절 봤던 만화 가운데 ‘공포의 외인구단’이라고 있습니다. 천부적인 재능이 있지만 불우하게 자란 까치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모여 무적의 최강야구팀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시즌2를 통해 여성가족부가 공포의 외인구단 같은 부처로 거듭나길 희망합니다. 우리는 출발점은 서로 달랐지만 이제 ‘여성가족부’라는 이름으로 놀라운 저력을 발휘하며 국민을 위해 더욱 봉사했으면 합니다. 우리 부처 특성인 구성원의 다양성이 현장행정에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기회가 필요한 국민이라면 누구나 여성가족부를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패자부활전의 무대를 열어가겠습니다. 국민들의 고언(苦言)과 질책은 더 잘하라는 채찍질로 알겠습니다. 여성가족부가 더 이상 없어도 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그날’은 양성이 평등하고 조화롭게 발전하며, 어떠한 가족이든 가장 단단하고 행복한 사회기초가 되는 날입니다. 그날은 또한 청소년이 꿈과 끼를 마음껏 키우고, 여성과 아동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날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여성가족부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든든한 엄마’, ‘믿음직한 멘토, ’편안한 인생의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또한 이 자리를 빌려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성가족부부터 신명나는 일터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 직원이 일과 삶의 균형 속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야근을 없애 업무효율성을 올리겠습니다. 직원들 상호간 소통과 신뢰를 높이고,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은 키우고자 합니다. 우리 안의 변화부터 시작해 대한민국의 변화를 주도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말씀드린 모든 것들을 우리 여성가족부 가족들과 함께 반드시 이뤄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되어 한없이 영광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여러분의 저력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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