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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은구 기자]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갇혀 있는, 닫혀 있는 문화는 한계를 갖는다. 자본·시스템·지식은 각각 새로운 물결을 만나야 창조경제의 물꼬를 튼다. 명장의 기획이 현실화를 가능하도록 하는 자본, 제작과 유통을 위한 기업의 시스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지식의 힘이 한국을 대표하는 ‘K콘텐츠’ 융성의 기초가 된다. 그 배경에는 콜래보노믹스(collabonomics)가 있다. 협력(collaboration)의 경제학(economics)을 바탕으로 하는 게 필요하다. 문화융성을 통한 창조경제의 부흥은 이미 몇몇 콜래보노믹스의 결과물로 증명됐다.
▲봉준호·싸이의 성공비결은 ‘콜래보노믹스’
영화 ‘설국열차’와 가수 싸이가 대표적이다. ‘설국열차’는 프랑스 만화원작에 한국의 봉준호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고 CJ E&M이 메인 투자사로 참여해 완성된 작품이다. ‘설국열차’의 성과는 한국영화로는 규모가 큰 4000만달러(약 43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고 국내에서 932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영화 수출 비즈니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
기존 한국영화는 국내 인력으로 구성된 배우와 스태프가 참여해 제작된 후 해외에 선보였다. 성과적인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해 관객 수, 수출금액 등에서 점진적인 발전은 있었지만 눈에 띌 만한 기폭제가 된 작품이 ‘설국열차’였다. 이 영화는 감독만 한국인이지 배우와 스태프는 국제적 조합이었다. 현재도 해외상영 중으로 전 세계 167개국에 판매됐으며 선판매 금액만으로 전체 제작비의 절반에 이르는 2000만달러를 거둬들였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관객 수 6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개봉 한국영화 중 흥행 1위에 올랐다. 기존 1위였던 ‘취화선’(30만명)의 2배를 뛰어넘었다. 봉 감독의 지식을 아우른 기획이 전 세계 펀드로 모인 자본, CJ E&M의 시스템과 만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창조경제적 콜래보노믹스는 ‘강남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 싸이는 6~7년 간 혼자 활동을 해오다 2010년 YG에 합류했다. 싸이는 그해 10월 정규 5집을 발표하며 가진 간담회에서 “30대가 되고 가정도 생기면서 내가 잘하는 것만 해도 되도록 보호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속사를 갖게 된 배경을 밝혔다.
▲기획사와 상장사가 손잡고 ‘세계로’
지난해 씨스타, 케이윌, 보이프렌드 등이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인피니트와 넬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가 각각 코스닥 상장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로엔 측은 “아이유, 피에스타 등이 소속된 레이블들이 있지만 스타쉽 지분 70%에 대한 투자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콘텐츠 경쟁력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 스타쉽은 안정적인 자본 확보는 물론 로엔의 비즈니스 역량 및 네트워크 등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 콜래보노믹스이 가진 문화융성의 힘은 세계적이다. 또 다른 예는 미국 애플에서 찾을 수 있다. 음악산업의 중심이 CD에서 음원으로 바뀌면서 음악 플레이어 제조사들이 MP3 등 기기에 매달려 있을 때 애플사는 2007년 아이팟 터치를 선보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 PC 등에 다운로드한 음원을 다시 MP3로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무선 인터넷을 통해 기기에서 직접 다운로드 하게 만들었다. 애플은 제조업체임에도 음원 제작사를 끌어들인 콜래보노믹스로 산업의 지형도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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