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아웃 펀드의 왕성한 식욕은 막강한 자금력에서 나온다. 지난 2004년 이후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이 바이아웃에 쏟아붓은 돈만 1512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2년 동안 이뤄진 주요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골드만삭스(킨더 모간), 메릴린치(HCA), JP모간(워너 칠콧), 크레디 스위스(MGM), 씨티그룹(GMAC)의 이름이 빠진 곳이 없을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모펀드 자금을 '새로운 금융질서'라고 불렀다.
바이아웃 펀드는 넓게 보자면 사모펀드(PEF)의 한 종류다. 과거 한미은행과 외환은행을 인수한 칼라일 그룹이나 론스타 등은 모두 세계적인 사모펀드들이다. 몇 해 전 LG카드 주식을 대거 처분한 혐의로 기소된 워버그 핀커스도 대표적인 사모펀드다.
◇사모펀드의 탄생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부실기업 지분을 인수, 3~5년내에 되파는 바이아웃 펀드와 동일한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사모펀드는 부실기업의 경영권을 인수, 단기 차익을 노리는 바이아웃 펀드 뿐만 아니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경영자금 지원 펀드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투자자이다.
바이아웃 펀드가 1990년대 이후 세계 금융시장의 주요 투자자로 부상한 데 비해, 사모펀드는 그 연원이 16세기 원격지 무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모펀드는 1950년대 초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시작과 함께 투자은행 주도의 합병에 자금지원 창구로서 기능하면서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고, 1980년대 중반 이후 금융산업의 한 부문으로 확고한 기초를 닦았다.
JP모건 파트너스, 칼라일과 함께 PEF의 성장을 주도한 메이저 플레이어 워버그 핀커스가 만들어진 것이 1966년이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뒤인 1976년 KKR이 탄생했고, '투자의 마법사'로 불리는 커크 커코리언의 투자회사 트라신다도 같은 해 만들어졌다.
1980년대 들어 오늘날 주요 플레이어로 꼽히는 신행 사모펀드들이 줄줄이 설립됐다. 1984년 베인 캐피탈, 1985년 블랙스톤, 1987년 칼라일 순이다.
1990년대 후반 사모펀드는 금융산업의 핵심 부문으로 성장했고, 1997년에 이르러서는 그 규모가 2500억달러 수준으로 늘어났다. 1990년 사모펀드 업계에 이름을 올린 아폴로 어드바이저스, 텍사스 퍼시픽 그룹(1993년), 실버 레이크 파트너스(1999년) 등이 이 때 만들어졌다.
◇7500억달러 PEF의 부상
1996년 2월 토마스 H. 리 파트너스와 베인 캐피탈은 TRW의 자회사인 신용정보 제공업체 엑스피리언 지분 84%를 10억1000만달러에 인수했다. 9개월 후, 딜이 완료된 지 7주만에 이 지분은 17억달러에 영국의 그레이트 유니버셜 스토어에 되팔렸다.
1996년 12월 KKR은 높은 거래 수수료와 낮은 이익배분에 대한 불만에도 57억달러의 투자펀드를 성공적으로 모집했다. 다음해 1월 차입매수(LBO)와 벤처캐피탈은 사상 최고인 353억달러의 자금을 모집하는 데 성공한다.
특히 1996년은 벤처 캐피탈이 기업공개(IPO)를 가장 많이 성공한 해이기도 했다. 260개 벤처 회사가 상장됐고, 조달된 자금만 118억달러에 달했다.
1997년 10월, 블랙스톤은 1993년 13억달러의 첫 LBO 펀드를 만든 이후 두 번째로 40억달러의 펀드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1998년 11월 KKR의 첫 번째 해외 사무소를 런던에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999년 7월 블랙스톤은 1억4000만달러로 브레스넌 커뮤니케이션즈 지분 40%를 투자한 후 5개월만에 6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사모펀드의 세계화·경쟁..그리고 대형화
1999년 11월 리플우드 홀딩스는 일본 정부로부터 신세이은행(옛 장기신용은행)을 인수한다. 같은 때 뉴브릿지 캐피탈은 한국 정부로부터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 경영권을 넘겨받는다. 그 해 12월 워버그 핀커스는 인도의 바르티 텔레-벤처스(현 바르티 에어텔)에 2억9300만달러를 투자했다.
벤처기업이나 부실기업 투자, 경영지원 펀드 등에 머물던 사모펀드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금융회사가 막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2004년 3월 JP모간은 PEF 사업부 분사 계획을 발표했고, 그 해 말 CS도 PEF 사업부를 분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가 투자은행들이 사모펀드 사업에 뛰어들면서 전통적인 사모펀드들과 투자은행의 사모펀드 사업부문간 경쟁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
지난해 3월 실버 레이크 파트너스는 108억달러에 선가드를 인수했다. 108억달러의 인수금액은 당시 사모펀드에 대한 인수 중 두번째로 큰 금액이었다. 며칠 후 칼라일 그룹은 사상 최대 규모인 100억달러의 펀드를 공개했다.
바야흐로 초대형 PEF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말 아팍스 파트너스, 블랙스톤, KKR, 퍼미라, 프로바이던스 에쿼티 파트너스는 바이아웃 펀드로는 유럽 최대 규모인 150억달러에 덴마크의 통신회사 TDC 지분 88%를 인수했다.
올해 들어서는 GM의 할부금융 자회사 GMAC이 140억달러에 서버러스 캐피탈에 팔렸고, 지난 5월 KKR은 휴스턴의 송유관 관리업체인 킨더 모간을 135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4일에는 미국 최대 병원 체인 HCA가 사상 최대 바이아웃 펀드 매각으로는 사상 최대인 330억달러에 인수됐다.
지난 7월에는 퍼미라가 140억달러의 유럽 최대 바이아웃 펀드를 설립했고, 블랙스톤은 156억달러의 세계 최대 바이아웃 펀드 모집에 성공했다. 텍사스 퍼시픽과 KKR은 조만간 각각 150억달러의 바이아웃 펀드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