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박동석기자] 정부가 기금 정비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나라 기금은 지난 61년 3개로 출발해 93년 114개까지 급증할 정도로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다. 특별한 이유를 제시하며 기금 설치를 주장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많은데다 정치적인 목적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금 관리와 운용에 어려움을 체험한 정부는 지난 93년부터 기금 정비에 나서왔다. 90년대 초반에는 재정개혁 차원에서 환경 에너지 분야의 기금을 대폭 정비했고 90년대말에는 공공부문 개혁차원에서 대규모 정비가 이뤄졌다.
이 같은 결과로 지난 93년 114개로 급증했던 기금 수는 96년 76개로 크게 줄었으며 2000년에는 다시 61개로 축소됐다.
◇통합과정 반발 극심
물론 과거 기금 정비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그동안의 기금 정비 과정을 분석한 기금운용평가단이 내린 결론은 말그대로 신랄하다.
무엇보다 기금 관리를 맡고 있는 정부 각 부처가 관련기금을 ‘자기주머니’로 생각해 기금정비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이다.
또 특정기금으로 수혜를 입고 있던 집단이 지원이 중단될 것을 우려해 통폐합에 강력 반발한 것도 기금정비의 어려움으로 지적됐다.
평가단은 이에 따라 과거 통폐합사례를 학습한 것을 토대로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에 입각한 정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예산과 차별없는 기금은 과감하게 폐지
이번에 평가단이 기금통폐합원칙으로 내세운 것은 크게 네가지다. 일단 자체재원없이 일반 회계에 의존하는 기금과 예산과 차별성이 없이 사업이 수행되는 기금은 과감하게 폐지하고 통합으로 시너지(상승)효과가 예상되는 기금은 합친다는 원칙이다.
이와함께 정부기금으로 유지할 필요성이 적은 기금은 민간자금화하고 사회보험성 기금, 재원이나 사업간 연계성이 있거나 신축적 운용이 필요한 기금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평가단은 이 같은 잣대로 현행 57개 기금을 평가해 본 결과 8개 기금은 폐지되고, 2개 기금은 민간자금화로, 11개 기금은 3개로 각각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 신용보증관련 5개기금 1개로 통폐합
이 같은 기준에 따라 폐지와 함께 기존사업을 일반회계로 이관하도록 권고받은 기금은 여성
발전기금, 문화산업진흥기금, 방위산업육성기금, 응급의료기금, 근로자복지진흥기금, 과학기술진흥기금, 축산발전기금,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등 8개 기금이다.
평가단은 특히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의 경우 사업 자체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순국선열·애국지사 사업기금은 정부기금으로 유지할 필요성이 적다는 판단에 따라 광복회로 이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평가단은 또 문화예술진흥기금은 수요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며 가칭 ‘문예진흥위원회’에서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통합으로 시너지효과가 날 것으로 평가된 기금은 통합절차를 거치게 된다.
국민체육진흥기금과 청소년육성기금은 가칭 ‘체육청소년 기금’으로, 신용보증기금등 5개 보증관련기금은 신보로, 한강수계관리기금등 4개 기금은 가칭 ‘수계관리기금’으로 통합한다는 게 골자다.
국민연금등 연금 보험성 기금 10개와 수출보험, 정보화촉진기금등 수입-사업간 연계성이 있는 10개기금, 외국환평형기금, 쌀소득보전기금등 신축적 운영이 필요한 12개 기금, 공적자금상환, 양곡증권정리기금등 장기채무 상환시까지 존치되는 4개기금등 36개 기금은 유지 결정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