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전미영기자] 14일(현지시간) 이라크 무기사찰단의 유엔 보고는 이라크의 사찰 협조 여부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라크에 대한 무력제재를 둘러싼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사찰단의 부정적인 평가는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는 미국과 영국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겠지만 아울러 긍적적인 논평도 곁들여져 사찰 연장을 요구하는 프랑스와 독일 및 러시아의 입장도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찰단, "의혹 남아있으나 일부 진전" 평가 내릴 듯
사찰단은 이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에서 한스 블릭스 무기사찰단장이 지난 주 이라크 방문 당시 표명했던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되풀이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찰단은 이라크 과학자들과의 개별적인 인터뷰가 가능했다는 점과 이라크의 U2기 정찰 허용을 두고 이라크 쪽에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유엔 무기전문가 패널이 이라크의 알-사모우드2 미사일이 사정거리 150km가 넘는 미사일 보유를 금지한 걸프전 종전 결의안 687호를 위반했다고 판정한 사실은 이라크의 무장해제 의지에 의구심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블릭스 단장은 지난 1월 27일 보고에서 예비시험 결과 이라크의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유엔의 제한을 넘어섰다는 문제를 제기한 바 있으며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규정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라크의 미사일 문제가 현재의 안보리 이사국들간 대치 상황을 바꿔놓을 만큼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 BBC는 이와 관련, "사찰 연장을 주장하는 측은 위반 사례가 미미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어찌됐든 지금은 이라크의 미사일 프로그램이 중단된 상태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무기 사찰단은 이 밖에 VX신경가스를 비롯한 생화학무기의 생산 및 보유 여부(이라크는 아예 이를 생산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가 사찰에 대비해 생화학무기를 숨겼다는 입장이다), 알루미늄 튜브 수입 시도(이라크는 로켓제조용이라고 밝힌 반면 미국은 우라늄 농축을 위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프랑스, "각각 제 갈길로"
사찰단이 보고할 문제들은 세부적이며 기술적인 성격이 짙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각국의 대응은 각론이 아니라 총평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예상되고 있는 것처럼 사찰단이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 모호한 보고를 되풀이할 경우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에 대한 무력제제 승인을 유엔에 요청하며 이라크에 대한 2차 결의안 통과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이 필요한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임 이사국인 프랑스가 이라크 2차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의사를 분명히 표명한 상황이어서 미국과 영국은 독자적인 전쟁의 길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5개 유엔 상임 이사국 가운데 이라크 전쟁을 강력히 지지하는 것은 미국과 영국 뿐이다.
프랑스는 전쟁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으며 러시아도 2차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은 사찰 연장을 요구한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3국의 공동 성명에 대해 환영 의사를 표하고 이라크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밝혀 미국 보다는 프랑스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비상임 이사국 10개국 중에서는 스페인과 불가리아가 미국의 입장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으며 독일과 시리아는 프랑스의 전쟁 반대 대열에 가담했다. 파키스탄과 기니, 앙골라, 칠레, 멕시코, 카메룬 6국은 분명한 입장 표명을 유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