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박종화 기자] 전례 없는 고물가, 5만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대지진에도 튀르키예 국민은 ‘21세기 술탄(오스만 제국의 왕)’으로 불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택했다. ‘스트롱 튀르키예’를 보여준 에르도안의 강력한 리더십과 민족주의 호소가 ‘경제 심판론’을 무너트렸다. 이번 재선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첫 집권 이후 2033년까지 최장 30년에 달하는 사실상의 종신 집권의 길이 열렸다.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대선승리를 확정 지은 28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지지자들이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
28일 오전(현지시각) 튀르키예 선거관리위원회인 최고선거위원회(YSK)은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대선 결선투표 끝에 승리, 재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개표율 99.99% 기준 에르도안 대통령(정의개발당)이 52.16%, 경쟁자였던 야권 공동후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공화인민당)는 47.8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최종 개표 결과는 다음달 1일 공식 발표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되자 지지자들을 상대로 “오늘 선거의 승자는 8500만명 튀르키예 국민이다, 신의 뜻에 따라 여러분의 믿음에 보답하겠다”며 “‘이번 선거 결과는 아무도 튀르키예의 이익을 탐낼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 주효했던 민족주의를 다시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면서 대러 제재에 걸림돌이 된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미국과 서방은 앞으로도 튀르키예와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게 됐다. 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친애하는 친구”라고 부르며 에르도안의 재선을 환영했다.
살인적 인플레에도 저금리 유지 등 비전통적 경제정책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리라화 가치는 하락하며 사상 최저 수준인 달러당 19.9942리라까지 떨어졌다. 신용평가사 모건스탠리는 연말까지 28리라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