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美관세 인상에 금융시장 혼란…유동성·건전성은 양호”

  • 등록 2018-08-13 오전 8:58:08

    수정 2018-08-13 오전 8:58:08

[이데일리 윤필호 기자] 미국이 터키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인상하는 경제제재안을 발표하자 터키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터키 통화당국은 단기 환율 조정 기능을 상실한 모습을 나타내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건전성과 유동성 지표 악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3일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또 정치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지난 금요일 미국이 터키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각각 50%, 20%로 두 배 인상하자 터키 금융시장은 혼란을 겪었다. 터키 리라 환율 달러 대비 하루 만에 16% 하락했고 CDS(신용부도스왑) 스프레드는 60bp 급등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터키 리라화 가치 하락에 따른 자국 시장 보호를 내세워 관세를 인상했다. 미국이 지난 1일 터키 대상 경제 제재를 실시한 이후 리라화 가치는 31% 하락했다. 노 연구원은 “미국은 과거 환율과 관세를 분리했으나 최근은 다르다”며 “미국은 중국 위안화 환율 절하를 이유로 관세율을 당초 10%에서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자국 통상 지위를 외국과 마찰을 해결하는데 적극 이용하는 중이다. 터키와 마찰도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우방관계였던 미국과 터키 사이가 틀어진 것은 시리아 내전 때부터다. 노 연구원은 “시리아에서 대테러 전에 나서면서 입장 차이가 커졌다”며 “미국이 대테러 전을 위해 지원했던 쿠르드족 자치군에 터키와 러시아가 폭격한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터키는 쿠르드족 자치 활동이 자국 내 분리주의 운동으로 이어질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문제가 경제에 번졌기 때문에 이후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터키 중앙은행 독립성은 훼손된 상태다.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국 환율 평가절하를 이유로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공언했다”고 했다.

노 연구원은 “터키는 외환보유액 대비 외채 비율이 200%로 높아 외채 상환 우려가 확대 중”이라며 “터키 익스포져 1600억달러 내외인 유럽 은행 주가는 지난 금요일 3% 이상 하락했다. 심리 요인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Ted 스프레드(미 3개월 국채 금리와 LIBOR 간 차)와 LIBOR-OIS(LIBOR와 초단기 외화대출 금리 간 차) 스프레드 등 건전성과 유동성 지표 악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 위안거리”라며 “코스피 야간선물은 0.46% 하락에 그쳤다”고 했다.

그는 “터키는 단기 환율 조정 기능을 상실한 모습”이라며 “공화당 내 의원을 중심으로 우방국 터키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부상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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