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 후 발생한 실권주에 대해 새로운 발행절차를 거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전까지 일부 상장사 최대주주는 유상증자를 변칙 상속·증여 수단의 하나로 활용했다.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방식은 일반배정 방식 또는 3자배정 방식과 달리 신주 발행에 있어 할인율 제한이 없다. 기존 주주들에게 배정되기 때문에 신주 발행가격을 아무리 낮게 잡아도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신주를 인수할 여력이 없는 주주는 있기 때문에 대부분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실권주가 발생한다. 지금까지 실권주는 이사회가 결정하는대로 처리됐다.
이사회는 빠른 자금 조달을 위해 대부분 인수 주체를 결정하는 선에서 실권주 처리를 결정했다.
주주가 아니어도 저가로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해 적지 않은 이득을 볼 수 있는 맹점이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실권주 인수를 통해 시세 차익을 본 투자자도 적지 않았다.
사회단체의 고발로 재판정까지 불려나간 에버랜드의 편법 경영승계 논란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무늬만 주주배정이고 실제로는 3자배정에 가까운 유상증자에 대한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금융위는 법 개정을 통해 임의 처리를 제한하고 실권주가 발생하더라도 3자배정 방식보다 일반공모 방식을 선호하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방침이다.
주주가 받아야 할 권리를 제 3자가 받는 특혜 시비를 없애겠다는 것.
금융위는 또 신주를 저가 발행할 때는 신주인수권 증서 발행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추가 출자에 참여하기 어려운 주주의 이익을 보장하고 상장사 입장에서는 실권주 발생 확률을 낮춰주겠다는 의도다.
이번 증자 관련 개정안에 대해 업계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아직 시행 전단계인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권주 발생시 새로운 절차를 거치면 아무래도 이사회 결의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으며 일반배정을 선택하면 비용부담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주인수권 증서 매매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신주인수권 증서를 매매할 수 있는 기간은 청약 전에 한정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이 이를 기억하고 투자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전까지 신주인수권 거래 규모는 크지 않았다. 신주인수권 증서를 발행한 상장사도 적을 뿐 더러 증서 발행에서 청약까지 매매기간이 한정됐다는 점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인식된 탓이다.
한편 금융위는 상장사의 자금 조달 수단을 다각도로 고려할 수 있도록 독립워런트 발행도 허용키로 했다. 아울러 최근 주가 조작 수단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와 같은 분리형 워런트 발행은 제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