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라 불리는 톈산산맥이 자리잡고 있고, 정면에는 알마티 신시가지를 상징하는 누를리 타우(Nurly Tau·빛의 산) 빌딩이 보인다. 서쪽으로는 43층 높이의 메리어트 레지던스 타워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건물들은 공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이로인해 카자흐스탄 경제 성장을 떠받치는 3대 축인 자원, 금융, 건설산업 중 금융과 건설 산업이 무너졌다. 2000년 이후 매년 9~10%씩 성장하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008년 3.2%로 뚝 떨어진 후 2009년 상반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그래프 참조)
◇ 국민은행 BCC, 금융위기때 자산 30% 성장
국민은행은 금융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던 2008년초 현지은행 BCC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민은행이 BCC 경영에 참여한 후 1년간 BCC는 위기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은행의 자산 건정성을 따져보면 그 변화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BCC의 90일 이상 연체대출금 비율(부실채권비율)은 2008년 9월말 2.24%에서 2009년 9월 4.74%로 2.5%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이는 1~4위 은행 평균 부실채권비율 15%의 3분의 1수준이다. 같은기간 다른 대형 은행들의 부실채권비율은 10%포인트 가량 급등했다. 2008년 당시 4위 은행이었던 알리안스 뱅크는 부실채권비율이 10.38%에서 56.72%로 무려 4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아래 그래프 참조)
티무르 이시무라토프 BCC 국제본부장은 "카자흐스탄 대형 시중은행들이 대규모 해외 차입으로 자산 불리기 경쟁을 하다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차입금을 회수하자 은행들이 위기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 BCC로 흡수된 `뱅크런` 예금
카자흐스탄 1위 은행인 BTA와 4위 은행인 알리안스뱅크는 올해 초 모든 채무에 대해 디폴트(지급불능)를 선언했다. 현재 채권단과 채무재조정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당시 BTA의 해외차입금 규모만 120억달러에 육박했다고 한다.
하지만 BCC는 올해 들어서만 개인예금이 35%, 법인예금은 50% 증가했다. BTA와 알리안스 뱅크에서 빠진 예금이 대부분 BCC와 같은 외국계 대주주가 있는 은행으로 들어왔다. 이 같은 BCC의 예금 증가속도는 현지 언론과 금융가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고 누그마노프 지역본부장은 전했다.
◇ 국민은행 인수로 평판 `업그레이드`
BCC가 위기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은 뭘까. 새로운 대주주인 국민은행의 역할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BCC가 위기에 강한 은행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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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C CFO인 윤재관 부행장은 "예금이 단기간에 급하게 늘어나도 자금 운용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예금을 가려서 받거나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방안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 위기에 강한 현지은행 선택
하지만 BCC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BCC 자체의 보수적인 은행 경영전략이라고 현지인들은 평가한다.
카자흐스탄 은행권이 위기를 겪게 된 근본 원인은 단기로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 카자흐스탄 내에서 장기로 자금을 운용했기 때문이다. 디폴트를 선언한 BTA와 알리안스 뱅크는 해외 차입금이 전체 차입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60%에 달한다. 반면 BCC의 해외 차입금 비중은 28% 정도다.
특히 외화 차입금 중 3년 이상 장기 외채 비중이 80%를 넘는다. 당장 해외로 빼낼 수 있는 여유자금도 20억달러를 갖고 있다. 대출 구조를 따져봐도 가계대출이 40%, 중소기업 비중이 40%로 대형 건설업체에 주로 자금을 빌려줬던 다른 시중은행들과 차이가 있다.
누그마노프 지역 본부장은 "BCC는 설립 후 21년간 한번도 손실을 낸 적이 없는 은행"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이시무라토프 국제본부장도 "국민은행이 대주주가 아니었다고 해도 BCC는 금융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민은행이 잘한 점은 카자흐스탄에서 좋은 은행을 잘 선택해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자흐스탄내 최고 경영대학인 키맵대의 이상훈 경영대학장은 "금융위기 이후 BCC는 카자흐스탄에서 다이아몬드 은행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국민은행의 투자로 BCC 퀄러티(질)가 더 좋아지게 되면 앞으로도 더 큰 투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