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희석기자] 정부가 회계제도 선진화를 위한 작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25일 공청회를 계기로 각계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 법제화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기업등 이해 당사자들은 경제상황 등을 감안, 유예기간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공시서류 책임소재 명확히
정부가 마련한 회계제도 선진화 방안을 보면 우선 공시서류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금도 공개기업의 경우 사업보고서·유가증권 신고서등에 대표이사가 날인하게 돼 있으나 요식절차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국처럼 CEO·CFO의 공시서류 기재 적정성 인증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회계공시자료의 중요사항에 허위표시가 있을 경우, 대표 이사는 "임직원 전결사항"이라고 주장하며 발뺌할 수 없게된다.
다만 인증서류는 유가증권 신고서 및 상장·등록법인이 제출하는 정기(연차 분기 반기)보고서로 제한하고 인증자는 대표이사 및 회계·공시 담당이사(또는 집행임원)으로, 인증방법은 직접 서명한 인증서를 사업보고서 등 제출시 첨부하도록 명확히 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한 자에 대해서도 민사책임을 부과할 수 있도록 증권거래법에 명시하도록 했다. 현재는 상법만 있다. 즉 기업의 대주주등이 암묵적으로 행사하는 경영권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도록 강화한 것.
이외에 주요주주·임원 등에 금전 대여 또는 담보 제공시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회사 차입이자율과 시장 이자율의 비교 등 관련 내용을 상세히 공시하도록 의무화해 회계정보 생산과 관련한 기업의 책임을 무겁게 했다.
◇이행시기 두고 논란일듯
이번 공청회에서 정부가 발표하는 내용은 지난해 11월 마련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다. 당시는 엔론사태로 불거진 세계적인 제도 개혁 분위기가 강했으나 최근의 SK글로벌 사건으로 우리기업의 회계불투명성도 심각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상황은 다르다.
이에 따라 정부나 투자자들은 회계제도 선진화 방안이 이른 시일내 실시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재경부도 올해중에 관련법률 개정안을 마련하고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적잖은 부담이다. 이라크 전쟁이나 북핵문제 등 대내외적인 불투명성이 높아져 가뜩이나 투자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업으로서는 여론등 분위기를 감안하면 어쩔수없이 따라가야 하는 입장이지만 될수 있는대로 도입시기를 늦추려 들 것으로 보인다.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해서는 전문인력의 확보가 무엇보다도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재계에서는 연결재무제표 제출시한을 종전 사업연도 경과후 4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고 사업보고서 뿐만 아니라 분·반기 보고서 제출시에도 연결재무제표를 의무화 한다는 점에 대해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 왔다.
외부감사인의 책임 강화에 대해서도 이견이 적지 않다. 정부는 회계감사업무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감사업무 수행에 이해상충 소지가 큰 특정 컨설팅업무를 제한키로 방침을 정했다. 그렇지만 제한범위나 요건을 둘러싸고 회계법인과 입장이 갈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단 빠른 시일내 법률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토록 하겠다"면서도 "상반기중에 법제화가 가능하다면 하반기부터 실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의 입장을 감안하면 어느정도 유예기간을 두느냐, 적용범위를 조정하느냐를 놓고 이번 공청회에서 치열한 공방이 전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