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경색 국면이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때 동원했던 카드를 대거 들고 나왔다. 당장 얼어붙은 시장 심리는 진정될 것이고 꽉 막혔던 돈줄도 어느정도 풀릴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레고랜드 프로잭트파이낸싱(PF)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나 증권사 흑자도산설이 불거지는 상황에 부닥쳐서야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 혼란만 가중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게다가 고금리 시대에 부동산 경기까지 침체해 있어 시장 경색의 불씨가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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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 20일 채안펀드 가동과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 유예 조치를 내놓은 지 사흘 만에 나온 것이다. 쉬는 날인 일요일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총출동해 이처럼 광범위한 대책을 내놓은 것은 단기자금시장 상황이 웬만한 방법으로는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레고랜드 PF 채무불이행 사태 이후 부동산PF가 꽉 막히면서 자기자본 대비 PF 규모가 큰 중소형 증권사의 흑자도산 우려까지 제기될 정도로 패닉에 빠졌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쓸 수 있는 대책은 거의 내놨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금경색은 어느정도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미 고금리인데다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등이 쌓이고 있어 시장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레고랜드 PF 사태로 시장 신뢰가 붕괴됐을 때 초기대응에 나섰다면 금융시장이 치러야 할 비용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평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만 봐왔지 자금시장을 들여다보지 않았다”며 “신용 스프래드가 확대되고 통안채 입찰까지 미달되자 채안펀드를 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당국은 시장 왜곡을 우려하며 관망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통화긴축기라는 점에서 공격적으로 시장안정 대응에 나서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미세조정만이라도 일찍 했더라면 가래로 막기 전에 호미로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