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김혜경·김건희 사과… 국민은 어떻게 봤을까

  • 등록 2022-02-11 오전 10:06:47

    수정 2022-02-11 오전 11:11:52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사상 유례없는 대선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에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도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른바 ‘배우자 리스크’로 불거진 두 사람의 사과는 닮은 듯 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 (사진=뉴스1, 방인권 기자)
김혜경씨는 지난 9일 자신을 둘러싼 황제 의전, 법인카드 유용 논란에 “제가 많이 부족했다”라고 사과했다. 전직 경기도청 별정직 비서 7급 공무원인 A씨가 해당 의혹들을 폭로한 지 12일 만이었다.

김건희씨는 지난해 12월 26일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제 잘못이 있었다”라며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 역시 한 언론을 통해 허위 이력 논란이 제기된 지 12일 만의 사과였다.

두 사람 모두 논란 이후 12일 만에 사과한 것인데 각각의 사과에는 두 사람의 연출 분위기, 사과문의 분량, 내용, 표현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질문 세례를 받으며 당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먼저 김혜경씨의 사과를 살펴보면 이날 그는 아이보리색 터틀넥 니트에 베이지색 정장을 입고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왔다. 마스크도 코디에 맞춘 듯 베이지색을 착용했다. 기자회견 내내 마스크를 벗지 않아 색조 화장을 했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다만 평소 언론을 통해 비쳤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차분한 느낌이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반면 김건희씨는 흰색 셔츠에 타이를 두른 채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다. 연단에 올라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한 그는 이후 사과문을 읽기 위해 마스크를 벗었다. 마스크 속에는 청초한 메이크업을 한 모습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잉의전 등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사과문 분량은 김혜경씨가 총 472자, 김건희씨가 총 1088자였다. 이 가운데 직접적인 ‘사과’ ‘죄송’ 등의 표현은 김혜경씨가 총 3번, 김건희씨가 총 6번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김혜경씨는 당시 사과에서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하지 못했다”라며 사과했고, 김건희씨는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렸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지난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시간은 비슷했다. 김혜경씨는 총 7분, 김건희씨는 6분 정도였다. 이 가운데 김혜경씨는 2분 동안 12문장으로 정리된 사과문을 담담히 읽었고, 4분가량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김건희씨는 32문장의 사과문을 읽으면서 남편 윤 후보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유산 사실 등을 고백하고 감정에 호소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사과 중 사과 뜻을 전달하려는 정량적 의지는 김건희씨가 더 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경찰과 경기도가 김혜경씨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 및 감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했을 때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힌 사과는 김혜경씨의 입장에서 최선이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사과 이후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지 않았던 김건희씨에 비해 김혜경씨는 질의응답을 받았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법인카드 유용을 포함해 인정하는 부분이 어디까지이고, 어떤 부분을 사과하는 것이냐’라는 질의에 그는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거기에 따라 결과가 나오면 책임을 질 것”이라고 답하며 구체적 사실인정은 피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른쪽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사진=연합뉴스)
비슷하지만 다른 두 사람의 사과. 양당의 배우자 리스크를 두고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서울경제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혜경씨와 김건희씨의 의혹이 대선에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각각 56.0%와 47.8%로 나타났다.

김혜경씨 논란이 이 후보에게 별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7.2%, 긍정적 4.6% 순이었다. 반면 김건희씨의 논란이 윤 후보에게 별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3.9%였고, 긍정적 영향은 4.6%로 조사됐다.

다만 김혜경씨와 김건희씨에 대한 감사 및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결과에 따라 여론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조사는 무선(88.2%)·유선(11.8%) 임의전화걸기(RDD)를 활용한 전화 면접원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며 응답률은 10.3%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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