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의 성적표를 본다면 피아트의 복귀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복귀로 기록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500 역시 한국 시장에서는 미니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시장 내에서 포지셔닝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며 두터운 팬 층을 확보 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다행히 위안이라고 한다면 500이 가진 유니크함은 어느 정도 알려졌다는 것이다.
클래식한 감겅이 강조된 독특한 디자인을 담고 오픈 에어링의 즐거움을 더한 500C가 2016년 형 모델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어떤 설득력을 선보일 수 있을까? 2016년,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본격적인 가을을 앞두고 500C의 시승을 시작했다.
전장과 전폭의 비율에 1,555mm의 전고를 더하면 왠지 모르게 껑충한 비율이 느껴진다. 실제 전고만 따진다면 일반 승용 차량보다는 SUV나 지상고를 높인 왜건과 비슷하다. 휠 베이스는 2,300mm로 경차인 더 넥스트 스파크, 올 뉴 모닝 등 보다 짧은 것이 특징이며 공차중량은 소형차 수준인 1,155kg이다. 기본 모델인 500대비 약 45kg가 증가한 수준이다.
피아트 500C는 500에 오픈 에어링을 얹은 만큼 차량 디자인의 대부분을 500과 공유한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선보였던 디자인을 21세기의 스타일로 다듬은 만큼 레토르한 감각과 ‘기능성’보다는 ‘보는 즐거움’을 강조됐다. 미니 역시 이와 비슷한 디자인을 앞세웠으나 미니의 디자인이 다소 악동의 이미지라면 피아트는 디자인이 조금 더 ‘귀여운 강아지’처럼 느껴진다.
500C의 전면 디자인을 보면 껑충한 비율에서 최대한 안정적인 이미지를 끌어 내기 프론트 펜더부터 윈드쉴드 상단까지 사다리꼴 형태의 실루엣을 갖춰 하단을 넓게 디자인한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 클래식한 감각이 묻어나는 보닛 라인과 원형의 헤드라이트 및 안개등이 더해졌다. 전고가 높은 탓인지 윈드쉴드의 면적이 무척 커 보이는 만큼 운전자의 시야가 넓어 보인다.
측면 디자인 역시 안정적인 프로포션을 구현하기 위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전륜 오버행을 짧게 설계하지는 못했으나 후륜 오버행을 짧게 디자인하여 실내 공간을 확보한 노력이 느껴진다. 여기에 윈도우 라인에 따라 크롬 라인을, 도어 패널 하단에는 끝으로 갈수록 살짝 솟아 오르는 몰딩을 더해 균형감을 향상시켰다.
후면 디자인 역시 레토르하면서도 클래식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껑충한 이미지를 달래기 위해서 하단에 굵은 크롬 가니시를 더해 시각적인 안정감을 더하고 클리어 타입의 커버를 덧댄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장착해 깔끔한 이미지를 선사했다. 붉은 색 소프트 톱 중앙에는 보조 제동등을 알아 기능성을 강조했다.
피아트 500C의 실내 공간은 피아트 500 고유의 감각적이고 독특한 개성이 담겼다. 작은 요트를 떠올리게 하는 실내 공간은 비교적 저렴한 느낌의 플라스틱이지만 독특한 베이지 컬러가 눈길을 끄는 대시보드 패널이 중심을 잡는다. 여기에 2016년 모델에 도입된 5인치 유커넥트 디스플레이 패널이 센터페시아 상단에 자리를 잡았다. 조수석 패널 쪽에 500C 레터링도 잊지 않았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고급스러운 느낌과는 거리가 멀지만 큼직한 기능 버튼을 적용해 조작의 편리함이 느껴지고, 센터페시아 하단의 공조기 버튼은 기능 대비 버튼의 수가 많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각 기능들에 대해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다만 파워 윈도우 버튼이 기어 쉬프트 레버 주변부에 위치해 무의식 적으로 도어트림을 만지작거리는 자신을 볼 수 있다.
피아트 500C의 보닛 아래에는 500과 마찬가지로 1.4L 멀티에어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했다. 이를 통해 6,500RPM에서 최고 102마력과 4,000RPM에서 최대 12.8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출력 자체는 인상적인 수치가 아니지만 작고 가벼운 차체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조합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데뷔가 불발된 2기통 0.9L 트윈에어 엔진의 부재가 아쉽게 느껴진다. 최고 85마력, 105마력과 최대 14.8kg.m에 이르는 토크를 통해 출력 부분에서도 아쉬울 것이 없고, 연료 효율성까지 우수해 2011년 인터내셔널 엔진 어워드에서 신형 엔진과 그린 엔진 그리고 1.0L 이하의 엔진 등 각종 상을 휩쓸며 종합 1위에 올랐던 엔진이나 국내에서는 도입되지 않았다.
한편 6단 변속기은 수동 변속기의 선호도가 높은 유럽 시장과 달리 수동 변속기의 선택 비율이 적은 국내 시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1.4L 멀티에어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가 조합된 500C의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2.0km/L로 비슷한 배기량의 차량들과 비교를 해본다면 그리 인상적인 수치는 아닐 것이다.
시승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실내 주요 패널들의 느낌을 살펴보기도 전에 천장의 버튼을 눌러 소프트톱을 개방해보았다. 소프트 톱의 개방 방식은 총 세가지로 선루프를 개방한 듯한 첫 번째 포지션부터 루프를 개방한 두 번째 포지션 그리고 뒷 창문이 있는 부분까지 모두 포개어 트렁크 게이트 상단에 포개어 놓는 세 번째 포지션까지 모두 조작을 해보았다.
다른 컨버터블과 달리 루프 프레임을 그대로 유지한 만큼 소프트 톱의 개폐 가능 속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실제로 500C는 최고 80km/h의 속도에서도 소프트 톱을 열고 닫을 수 있어 급작스러운 비가 내릴 때에도 차량을 세우지 않고 곧바로 소프트 톱 덮어 비를 막을 수 있다. 루프 프레임을 유지를 통해 개방감이 다소 부족하지만 루프 개폐 모듈을 간소화할 수 있고 차량의 강성도 유지되는 만큼 차량 무게 증가 요인을 최소로 줄일 수 있다.
생기가 느껴지는 엔진과 아쉬운 변속기
점진적으로 속도를 올리는 500는 발진 이후 중고속 영역을 지날 때부터 더딘 가속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배기량 및 최고 출력 대비 최고 속도도 제법 높은 편이고 한 번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공기저항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디자인 임에도 불구하고 고속 크루즈 주행에서는 제법 여유로웠다.
통상 디자인이 강조되어 운전자의 성향을 드러내는 ‘패션카’의 경우 주행 성능은 평가 기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피아트 500C는 짧은 휠 베이스를 앞세워 스포츠카 및 슈퍼카 브랜드가 집약된 이탈리아의 혈통을 물려 받은 듯 일상 속에서의 움직임에서도 경쾌한 모습이 돋보인다.
특히 차체가 짧고 가벼운 덕에 조향에 따른 차량의 반응이 빠르고, 전륜과 후륜의 간격이 짧아 차체 움직임이 무척이나 기민하고 일체감이 돋보였다. 게다가 노면의 정보가 스티어링 휠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며 운전자로 하여금 충분한 주행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시트 포지션이 높고 텔레스코픽 지원이 안되어 조작이 다소 불편한 점은 추후 개선되길 바래본다.
한편 브레이크의는 차체와 500C의 출력을 제어하기 충분한 수준이었다. 조금 더 강력한 주행 감성과 성능을 선호하는 입장에는 그리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500의 범주 아래에서는 전자 입장에서 충분히 납득할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시승 기간 중 차량의 연료 효율을 확인하기 위래 시승 기간 동안 서울에서 영암을 가며 500C의 실제 주행 연비를 확인하고자 했다. 1.4L 엔진 덕에 고속에서는 그리 인상적인 출력은 아니었으니 내심 효율성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편 시승 종료를 앞두고 시승 기산 동안 누적된 전체 연도 확인하고자 했다. 디스플레이의 정보를 기준으로 한다면 시승 기간 동안 총 925.3km를 평균 속도 69km/h를 모두 담당하게 됐고, 이를 누적된 평균 연비는 16.5km;L로 산출됐다. 12.0km/L의 공인 연비랑 비교해본다면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수치가 아니었나 싶었다.
좋은 점: 감각적인 드라이빙과 오픈 에어링의 묘미
안좋은 점: 비좁은 실내 공간과 부족한 정숙성
피아트 500C는 운송 수단, 이동 수단으로서의 자동차를 기준으로 본다면 무척이나 비효율적이고 아쉬움이 많은 차량이다. 하지만 독특한 디자인과 즐거운 주행 성능 그리고 오픈 에어링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서 즐길 수 있는 특성들을 모두 고려한다면 ‘독특함’이 꽤나 인상적인 경쟁력을 가진 차량으로 느껴진다. 피아트 500C는 바로 그런 자동차에 담긴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