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실린 윤부근·신종균··삼성전자 부문별 책임 커진다

(종합)삼성전자 15일 이사회··등기이사진 9명 확정
윤부근·신종균에 힘실려··책임경영 대폭 강화될듯
최지성·윤주화 빠져··이재용 이사선임건은 안 다뤄져
  • 등록 2013-02-15 오후 12:43:30

    수정 2013-02-15 오후 4:05:16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부품(DS)·소비자가전(CE)·모바일(IM) 등 삼성전자의 세 부문별 책임경영이 더 강화된다. DS부문장인 권오현 부회장에 이어 윤부근 CE부문장(사장)과 신종균 IM부문장(사장)도 올해 등기이사에 새로 선임된다. 등기이사는 주요 사항에 대한 결정권과 더불어 법적 책임도 따른다. CE와 IM 분야에서도 책임경영을 펼칠 수 있는 실질적 토대가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등기이사로 선임되지 않는다. 그룹 경영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세간의 논란을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힘실린 윤부근·신종균··책임경영 토대

삼성전자(005930)는 15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기존 권오현 부회장에 더해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 등 3명을 등기이사로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삼성전자에서 각각 삼성 미래전략실과 제일모직으로 이동한 최지성 부회장과 윤주화 사장은 올해부터 등기이사에서 제외된다.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장(왼쪽)과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장
지난해 3명이었던 사내이사진이 올해부터는 4인 체제로 운영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확정한 이사진을 다음달 15일 서초사옥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이사회는 업무집행의 의사결정, 주주총회 소집, 중요 자산의 처분·양도, 대규모 자산의 차입 등 상법이 인정하는 주요 결정을 내린다.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기이사는 그에 대한 법적 지위는 물론 책임도 가진다. 때문에 통상 사내 직급이 가장 높은 순으로 구성된다.

재계에서는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이 함께 등기이사로 선임된 것에 주목했다. 당초 둘의 이사 선임 가능성은 삼성전자의 안살림을 총괄하는 이상훈 사장보다는 낮게 거론됐기 때문이다.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에 힘이 더 실렸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둘의 이사 선임은 올해 삼성전자의 조직개편과 맞물려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완제품(DMC)부문을 올해 CE와 IM으로 쪼개 DS와 같은 위치인 부문으로 격상시켰다. CE와 IM의 대표 제품인 TV와 스마트폰을 한 조직에 묶기엔 너무 커버렸기 때문이다. 두 부문의 수장인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은 부문장 직책과 함께 등기이사로서 법적 책임도 새로 가지게 됐다.

삼성 한 관계자는 “권한과 함께 책임도 가지라는 의미”라면서 “세 부문의 책임경영이 더 강화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외이사에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과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이 새로 선임된다. 특히 김은미 원장은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사외이사다. 최근 별세한 윤동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사외이사에서 빠졌으며, 올해로 임기가 만료된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은 연임된다. 사외이사진은 기존 김한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이병기 서울대 교수 등에 더해 이인호·김한중·이병기·송광수·김은미 등 5인 체제로 운영된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등기이사진은 지난해 7명에서 올해 9명으로 2명 더 늘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에서 지난해 대차대조표·손익계산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안) 등 재무제표도 승인했다. 이사의 보수한도도 함께 다뤘다. 이사의 보수 최고한도액은 지난해 300억원에서 올해 380억원으로 증가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등기이사서 제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계의 이목을 끌었던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건은 이날 이사회에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 올해 부회장으로 승진한데다 최지성 부회장과 윤주화 사장 등 기존 등기이사진의 공백도 크기 때문이다. 이미 경영일선에 깊숙히 관여하는 막대한 권한을 가진터라 그에 맞는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때문에 이날 결정을 두고 재계에서는 경영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논란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굳이 등기이사에 오르지 않아도 경영활동에는 지장이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등기이사에 오르면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오너 일가의 권한과 책임 불일치 문제는 향후 이재용 부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 시작된 경제민주화 바람도 거센 상황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10대그룹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 자료를 보면 삼성그룹의 이사 354명 중 오너 일가는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 한 명 뿐이었다. 불과 0.3% 비율로 10대그룹 중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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